4차 산업혁명이 초래하는 변화가 일자리를 빠르게 잠식하는 기계 시대를 열 것인가, 신산업 창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원천이 될 것인가 하는 논란이 뜨겁다. 골드만삭스가 자동 거래 소프트웨어(SW)를 도입하면서 600명에 이르던 주식 트레이더를 2명으로 줄였다는 섬뜩한 뉴스가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에 잘 대응하면 국내에 68만개의 일자리가 순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 진보로 1999~2010년에 9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신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늘어 일자리 총량이 1160만개 증가했다.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 자동화에 따라 고용은 감소한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기술 산업이 성장하고, 간접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따른 생산·고용 증가와 사회 전반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 이 때문에 어두운 미래를 예단하기보다 다가오는 시대의 흐름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차세대 모바일, 3D프린팅 등 ICT 중심의 지능정보기술 혁신을 이끈다.
농어업, 제조업, 금융·의료·물류를 비롯한 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 영역에 확산되면서 생산성이 비약 향상되고, 다양한 신산업이 창출되는 과정이다.
변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은 압도하는 지능 정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많은 산업 영역에서 현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IBM의 AI 컴퓨터가 금융, 의료 등 전문 서비스 분야의 혁신을 주도한다. ICT 기업 리더인 구글과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자동차의 실용화를 앞당기고, 글로벌 SW 기업으로 떠오른 제너럴일렉트릭(GE)·지멘스 등의 솔루션이 사이버 물리 시스템에 기반을 둔 혁신 스마트공장을 구현하며 세계로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지능정보산업은 질 높은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2030년까지 SW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지능정보기술 분야에서만 80만명 규모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지능정보기술 수준은 미국과 2.4년 격차가 있다. 지능정보기술 기업의 경우에는 모바일 기기나 네트워크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글로벌 기업에 그 이상의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능정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이나 신산업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과 지능정보 기술력을 높이고, 관련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지능정보기술은 뇌과학, 수학 등 기초과학과 컴퓨터공학을 비롯한 인접 공학 분야의 통섭성 발전을 통해 축적되기 때문에 장기 관점에서 관련 기초·원천 연구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국내에 야심만만한 연구 프로젝트가 없어서 최고급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고 기업은 인재난을 겪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에도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스마트 시티, 스마트 도로, 스마트 공장, 스마트 농장 등 정부가 지능정보기술을 직접 도입하거나 민간 도입의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뉴딜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지능정보 기술력이 향상되고, 토털 솔루션 개발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산·학·연이 연계된 치밀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을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 열쇠는 지능정보산업 경쟁력이다.
박재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 kccpark@t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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