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PD 생전 SNS보니...‘입사 10개월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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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 PD의 사망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한빛PD는 생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 더욱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PD는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 2015년 12월 CJ E&M 신입PD 모집에 최종합격 되며 꿈을 이뤘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합격 소식을 전하며 “재밌는 프로그램 많이 만들게요”라며 남다른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1월 “유럽에서 돌아오니 6주 인턴십 급여가 통장에 박혀있었다. 근로계약에 따라, 용돈이 아닌 생계의 목적으로 행한 노동의 대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첫 월급이라, 모아놓은 게 없어서, 돈 값아야하니까, 집 살 예정인데, 등등 단서조항 붙이면 영원히 미루게 된다”며 “인턴 월급 일부는 후원금으로 무조건 쓰기로 인턴 시작할 때 결심했다”며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혼술남녀’ 촬영 이후인 9월 “페북에다 일 얘기는 절대 안 하려고 했는데 일 빼면 잠 뿐인 삶, 일 빼면 할말도 없구나! 스크롤 인증샷만 올리고 종방 때까진 페북에다 일 얘기 끝”이라며 혼술남녀 1화 캡처 사진을 게재했다. 특히 자막에 나온 자신의 이름에 별표를 그려놓았다.
 
그는 10월 “촬영 마치고 좀비가 되어 돌아오니, 총회성사와 본부점거 소식이 들린다. 단톡방에서 오비들은 들썩대고 타임라인은 시끌시끌하다”라며 “5년 전 기억이 새록새록 나지만 피곤에 쩐 야밤에 함부로 옛 이야길 풀어놓으면 담날 백퍼센트 이불킥 각이니 안할란다. 거리에,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큰 고생했을 고생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글은 이한빛 PD의 생전 마지막 글이 되고 말았다. 그는 ‘혼술남녀’ 종영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18일 열린 대책위원회 측은 "이 씨는 청년 사회 문제, 비정규직 문제 관심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해서 CJ E&M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술남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드라마라고 했지만, 제작환경은 혹독한 정글이었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 그리고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곳이었다. 이 PD는 고통스러운 현장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렵게 일했고 주변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폭언을 당하면서 꿋꿋하게 버텼다. 심지 굳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회사는 고인의 죽음이 개인이 나약해서 죽은 것이다고 하면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CJ E&M 측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희진 기자 (lee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