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 검증]②중기·창업-"고성장 기업 전략 육성·피드포워드형 규제시스템 필요"

대선 후보들은 입버릇 처럼 우리나라 전체 기업 9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표심을 자극하는 공약을 쏟아내 왔다. 전담 부처 신설, 창업지원, 공정거래, 채용 지원, 소상공인 보호 등이 주를 이루는데, 대부분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현안 과제를 풀어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기회와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미래변화를 염두에 둔 새로운 중소기업 정책 프레임이 필요하다.

첫째, 고성장 중소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술 발전은 많은 일자리를 없애고, 또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고성장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일자리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고성장 중소기업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영국 NESTA가 발표한 '바이탈(Vital) 6%'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6%에 불과한 고성장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 절반 이상을 창출했다. 이는 앞으로 중소기업 정책이 이 같은 선도그룹을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는 방향으로 수립돼야 함을 시사한다.

둘째, 새로운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피드 포워드(feed forward)형'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핀테크, 드론, 맞춤형 의료 등 첨단기술의 융합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법·제도 개선으로 이를 하나씩 허용해 나가는 기존 포지티브 시스템으로는 빠른 기술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중소기업은 법·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버티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0년대 초반 IT붐을 돌이켜보면, 새로운 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수용하고 틈새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은 바로 혁신형 중소기업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이러한 선도형 중소기업이 룰 세팅 게임에서 고사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혁파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재교육을 통한 중소기업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 기술혁신은 새로운 직업 창출과 기존 일자리 소멸을 동시에 촉진하는 양날의 검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 변화가 먼 미래 일이 아님을 실감했다. 비록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시장과 직업을 창출한다 할지라도 많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서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한 일이다. 기존 인력을 재교육·재배치하는 인력 환류가 중요한 정책으로 고려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전에 없던 변화 물결 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극복하기에 내부 자원과 혁신역량이 부족하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 물결을 중소기업이 잘 극복해 고용과 성장의 저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낼 수 있도록, 미래변화를 고민하는 중소기업 지원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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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모 서강대 교수 ahn.joonm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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