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아, '금요휴무제'로 근무 만족도 향상

직장인의 회사 생활은 무슨 일이든 협의를 해야 하고, 보고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회사에 있는 동안 업무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보다 커뮤니케이션에 쫓기는 시간이 더 많다고 느껴진다. 이제 겨우 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할 때면 모두가 회사를 떠난 저녁이 되어 있다.

만약 평일 중 하루 정도,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가비아는 금요일만 되면 회사가 텅텅 비곤 한다. ‘금요일휴무제’라는 제도가 있어 모든 직원들이 매달 금요일의 하루를 쉬기 때문이다. 270명의 직원들이 한 달에 4~5번 있는 금요일을 나누어 쉬고 있으니 금요일마다 전체 직원의 4분의 1 가량이 회사에 나오지 않는 셈이다.

금요일휴무제, 일명 ‘놀금’의 본래 도입 취지는 일과 삶의 균형 회복 및 업무 효율 향상에 있었다. 그러나 놀금이 생겨나면서 ‘일금(일하는 금요일)’에도 특수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체 직원의 4분의 1이 없으니 금요일에는 어떤 논의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프로젝트 관계자가 없으니 회의가 없고, 팀장이나 팀원이 없으니 업무 지시도, 보고도 없다. 주간보고를 비롯해 한 주를 마무리하기 위한 모든 절차들이 목요일로 옮겨갔다.

정신 없는 목요일을 보내고 나면 한적한 금요일이 찾아온다. 한적하다고 해서 느슨해지거나 한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비아의 금요일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자 업무에 몰입이 가능한 시간이다.

사업부 황윤주 팀원은 “금요일에 했던 커뮤니케이션이 모두 목요일로 당겨지면서 업무에 긴장감이 생기고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금요일휴무제의 시행 효과에 대해 전정완 부사장은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향상뿐만 아니라 일하는 금요일에 집중근무 효과가 나타나는 뜻밖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에 기여를 하는 결과물은 업무에 대한 몰입, 즉 딥 워크(Deep work)가 가능한 환경에서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무실은 깊은 주의력 없이도 처리 가능한 전화, 메일, 서류 작성 등의 행정 업무로 이루어진 샬로우 워크(Shallow work) 환경에 놓여있다.

우리는 이미 업무의 흐름을 끊어놓는 일상적인 방해에 익숙해져 있어 그것의 문제점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몰입을 방해 받으면 다시 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약 15~20분의 시간이 걸리며, 지속적인 방해는 시간이라는 비용을 발생시킨다.

기업이 금요일휴무제 같은 복지 제도를 도입할 때면 인건비 손실을 가장 우려하지만, 인건비 손실의 주범은 어쩌면 익숙하게 생각하는 일상적인 업무 환경인지도 모른다. 8시간을 근무하는 것보다 그 가운데 ‘몇 시간을 몰입하는가’가 중요한 것은 아닌지, 업무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민 기자 (j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