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형화·다각화·특성화…벤처캐피털업계 지형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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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정부 출자금으로 근근이 버티던 수준에서 벗어나 역대 최대 규모 신규 펀드 조성 및 투자 기록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단순 양적 팽창을 넘어 독립형 벤처캐피털(VC) 설립, 출자자 다각화, 세컨더리펀드 등 회수시장 확대로 시장 전체에 질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벤처투자 확대에 이어지는 신규 창투사 등록

10일 VC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벤처투자는 7일 상반기 모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을 완료했다. 모태펀드는 벤처펀드 30개에 총 2939억5000만원을 출자해 최소 5747억원 규모로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 출자사업 위탁운용사 21개에 비해 9개사가 늘었다. 액셀러레이팅 분야에 선정된 유한회사형(LLC) VC인 비에이파트너스, 심본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해 패스파인더에이치 등 신설 VC들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청년창업분야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 수요가 필요하고 경쟁력 있는 신설 운용사를 발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진 신규 운용사 발굴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 시장 규모가 매년 커지면서 신규 창업투자회사들이 대거 벤처투자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3년 처음 100개를 넘어선 창투사는 지난해 120개까지 증가했다. 2015년에는 14개사, 지난해 13개사가 신규 창투사 등록을 완료했다.

이처럼 신규 창투사 등록이 이어지는 것은 벤처투자 시장 확대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신규 결성 조합 규모는 3조1998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2조7146억원) 대비 신규 결성 조합 수는 10개, 결성금액은 4852억원이 늘었다. 신규 조합 결성 증가에 따라 신규 벤처투자도 전년(2조858억원) 대비 3.1% 증가한 2조150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벤처투자 시장 투자 재원은 17조원 규모까지 늘어났다.

VC협회 관계자는 “창투사 등록을 하지 않아도 핵심 운용인력 2명만 있으면 결성할 수 있는 마이크로VC 제도가 도입되고 혜택이 더욱 많은 신기술금융회사 등록 문턱이 낮아졌는데도 창투사 등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경쟁력을 가진 심사역들이 기존 창투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VC생태계 다변화…독립계 VC, LLC 약진

실제 기존 최근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모회사가 없는 독립계 VC들이 약진을 보이고 있다. 기존 대형 VC에서 경력을 쌓은 투자 심사역들이 속속 독립해 자신만의 회사를 차리는 단계다.

지난해에는 17년 만의 상장 창투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TS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는 상장 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10일 기준으로 TS인베스트먼트 시가총액은 약 1000억원, DSC인베스트먼트 시가총액은 약 12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TS인베스트먼트 영업이익은 13억원, DSC인베스트먼트 영업이익은 14억원을 기록 중이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등 초기 창업에 전문성을 지닌 VC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VC 업계는 두 회사 약진으로 벤처투자 생태계 다양성이 확보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VC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작전주 정도로 취급되던 창투사 주가가 1000억원을 넘기는 수준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벤처투자 시장도 선진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독립계 VC의 투명한 경영과 4차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정책 수혜 등으로 인해 증권가에서도 고성장을 전망한다”고 전했다.

위탁운용 형태가 아닌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하는 LLC형 VC도 강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 벤처펀드를 굴리는 LLC형 VC는 7개사로 증가했다. 2012년 3개사에서 2배 이상 늘었다. 대표적 LLC인 프리미어파트너스와 캡스톤파트너스는 운용자산을 5년 새 2배가량 늘렸다. 순수 벤처조합 AUM만 각각 3055억원, 2680억원을 기록 중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그간 신설 창투사에 자금 투입을 늘리고 새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한 것이 독립계 VC 성장 효과로 나타났다고 본다”면서 “대형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VC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벤처생태계를 더욱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출자자 다양화, 투자 범위 확대

출자자도 다양화하고 있다. 모태펀드와 산업은행(옛 정책금융공사) 등 정부 중심 벤처펀드 출자금뿐만 아니라 성장사다리펀드, 반도체성장펀드 등 다양한 자금이 벤처투자 시장에 추가 투입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 건설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연기금도 위탁운용 범위를 기존 주식·채권 투자에서 벤처투자로 확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증권사 신탁 등을 통해 벤처펀드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투자 범위도 신주 투자에서 구주 투자로 확대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만기 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세컨더리펀드 결성 총액은 3월 28일 기준 1조476억원을 기록했다. 만기 이후 청산을 아직 완료하지 않은 펀드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1조2454억원에 달한다. 2002년 첫 출범 이래 15년 만에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신규 업체 진입과 출자자 다각화, 투자 형태 다변화 등 벤처투자 업계도 많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그간 정부 주도로 벤처투자가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민간 중심으로 업계가 성장해 나가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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