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IoT 자가망 확대하려는 행자부·지자체···미래부·통신사와 마찰

Photo Image

행정자치부가 '공공 사물인터넷(G-IoT·가칭)' 사업을 추진한다. G-IoT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서비스에 활용하는 자체 IoT 망을 구축 또는 연동하도록 일관된 체계를 마련하고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Photo Image
IoT 기기를 노리는 악성코드가 1만개를 넘어섰다. ⓒ게티이미지뱅크

이같은 계획이 알려지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취지와 정부-민간 시장 사업영역을 둘러싼 논쟁이 촉발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사는 정부가 사업자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통신사 서비스 경쟁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반면, 행자부와 지자체는 예산을 절감하고 복지서비스를 높이는 효과가 명확하다며 공공 IoT 서비스에 자가망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자부, G-IoT 지자체 자가망 활용체계 구축

행자부 G-IoT 추진 배경은 로라와 시그폭스 등 저비용·고효율 IoT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지자체 도입이 증가할 것이므로 정부가 효과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로라 IoT 망을 자체 구축해 복지 시범사업에 활용 중이다. 경남 양산시와 오산시는 치매환자나 독거노인에게 로라 기반 스마트밴드를 나눠주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무상제공했다. 서울시는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하는 공공자전거 서비스에 로라망을 도입했다.

행자부는 G-IoT 계획으로 지역마다 분산된 자가망을 연계하고 단일 체계를 구축한다. 지자체 자가망 활용이 보편화될 현실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행자부는 자가망 구축·활용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 지자체 자가망간 상호호환성을 확보하도록 할 방침이다. 당장 네트워크 자체에 대한 투자 계획은 없지만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이 사용할 때 보안, 상호 호환성, 요금 등 표준화된 기준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행자부 관계자는 “G-IoT는 당장 정부가 투자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자체가 망을 구축해 난립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좀 더 체계를 갖고 연계될 수 있도록 하려는 사업”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미래부vs행자부, 전기통신사업법 해석 엇갈려

G-IoT 계획이 알려지자 미래부와 통신사는 행자부가 지자체 자가망 구축을 활성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가기관이 통신망을 자체 구축해 대국민 저가 IoT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통신을 '산업' 영역으로 규정해 민간 경쟁에 맡긴 전기통신사업법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는 정부와 지자체가 무료·저가 IoT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시장 진입 경로가 차단된다.

자가망은 통신사업자 설비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때 제한적으로 구축할 수 있으며 공공안전, 소방, 경찰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일반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공공서비스 확대라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가 민간 시장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해 사업자 업무영역을 침해하고 통신설비 자원도 중복투자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IoT 자가망을 구축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중단을 요구했다. 지자체 통신망 담당자에게 반대 취지도 설명했다. 미래부는 행자부에 자가망 활성화를 반대하는 의견을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행자부는 이같은 미래부 해석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자가망을 운영하는 것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로라, 시그폭스 등 LPWA 서비스는 미래부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비면허대역 주파수를 활용한다. 현재 지자체는 전송(백홀) 구간에서 통신사가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망 또는 롱텀에벌루션(LTE) 망을 그대로 활용한다. 가정에서 와이파이 공유기를 유선인터넷망에 연결해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하는 것과 똑같다는 논리다. 로라 기지국만 구축할뿐 유선망은 이통사에 요금을 내고 있으니 완전한 자가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자체-통신사, 경제성 논란

지자체는 G-IoT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들었다. 로라,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시그폭스 등 저전력·광대역(LPWA) 통신기술이 확대되면서 지자체가 저렴하게 통신망을 구축할 길이 열리며 통신사에 지불할 월 요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경남 양산시 관계자는 “별도 전송망 없이 기지국만 구축해 기존 통신망과 연결할 경우 시 전체를 100개 기지국으로 커버할 수 있으며 순수 기지국 구축 비용은 1억원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5000개 정도 로라 단말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스마트 가로등과 같은 도시 관리 서비스에 단말기가 확대될 경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분석에 대해 통신사는 반발한다. 당장은 로라 등 기지국 구축 비용이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망 유지관리·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추가될 수 있고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통신망을 운영하는 것 역시 비효율이라고 주장한다.

통신사는 IoT망을 충분히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며 유지관리와 업그레이드에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로라 요금제 공공자전거용 요금제 기본료가 월 350원이다. 검침기 1000대를 운영할 경우 월 35만원, 연 420만원이다. 망 구축과 운영 등 총소유 비용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게 통신사 입장이다.

통신사 임원은 “총소유비용에 대해 엄밀한 계산이 필요하고 정말로 경제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세금을 낭비해 지자체장 선심성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행자부는 G-IoT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자가망 활용을 놓고 행자부-지자체, 미래부-통신사간 명확한 역할과 합리적 타협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