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협력사 가운데 유망한 기술기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기술혁신기업'으로 명명된 기업 3곳이 처음 선정됐다. 하이닉스는 이들 기업에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제품이 개발되면 최소 물량 구매도 보장했다. 기술 기업은 자금이나 판로를 걱정하지 말고 기술 개발에만 전념하라는 것이다. 기술 개발만 성공하면 하이닉스가 모든 비용을 보상해주겠다는 파격 조치다.
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외산 의존 기술을 국산화하고, 세계 최초로 혁신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유망 기술기업이 급성장하는 한편 하이닉스도 기술혁신을 선도할 수 있다. 꿩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셈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소자업체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장비나 재료 국산화율은 10% 안팎으로 비중이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자산업으로 번 돈을 장비나 재료 수입으로 모두 지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비판도 비등했다.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빠른 시간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따라 잡으려면 검증된 외산 장비나 소재를 먼저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성과도 1년 정도 짧은 기간에 평가하다보니 장비나 재료 구매 책임자가 모험을 걸기 힘든 측면도 있었다. 검증되지 않은 국산 제품을 도입했다 문제라도 생기면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이런 악순환을 끊은 것은 우선 오너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 회장이 단기보다는 장기 관점에서 기술혁신기업 육성을 주문했다. 단기성과에 일희일비해선 핵심기술 국산화나 기술 경쟁력 확보가 힘들다는 점을 꿰뚫은 것이다.
한편으론 하이닉스가 반도체 선두권 기업으로서 자신감을 찾았다는 느낌도 든다. 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혁신 기술에서 앞서 가고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자업체로 모범사례가 확산되면, 궁극적으로 우리 제조업 생태계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하이닉스의 새로운 상생 도전이 꼭 성공하길 기원한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기고] AI를 탑재한 디지털 트윈, 물리 세계를 통제한다
-
2
[정구민의 테크읽기] '파리모터쇼'로 보는 중국의 공세, 유럽의 위기와 우리의 과제
-
3
[ET톡] SW 생태계 대대적 재정비해야
-
4
[사설] K증시, 충격을 경쟁력으로 메우자
-
5
[데스크라인] 모두의 창업 2기, 다시 서는 희망의 사다리 돼야
-
6
[ET시론] 딥테크가 만드는 산업 구조의 다양화와 제2·제3의 성장축
-
7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111〉사이버공격의 시대, 정보보안 일자리가 부상하는 이유
-
8
[리더스포럼] AI와 1인 유니콘 시대 도래:솔로프러너 육성
-
9
[사설] 정부 사업, SW분리발주가 기본돼야
-
10
[ET톡]美 팹 투자를 대하는 韓 반도체 장비사의 자세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