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법환경이 여전히 특허권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특허소송을 둘러싼 회의적 시각이 대두하며 일본은 '특허권자에 가장 척박한 사법권' 꼬리표를 이어가게 됐다.
영국 특허매체 아이에이엠(IAM)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일본 대법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높은 소송 기각률과 특허 무효화율을 지적했다.
일본 대법원은 18일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컴퓨터 프로그램 등 지식재산(IP) 소송을 전담하는 도쿄·오사카 법원의 판결 결과(2014~2015년)을 공개했다. 2년간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의 74%가 무효로 돌아갔다. 6%는 각하, 68%는 기각되며 전체 소송의 26%만 인용됐다.
사토시 와타나베 변호사는 “기각율이 높은 것은 법원이 침해소송 대부분을 '터무니 없는 주장'이나 '특허 품질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했다. 특허 무효소송도 특허권자에게 불리하다. 해당 법원은 같은 기간 무효소송을 진행한 침해사건 57%에 특허 무효판결을 내렸다.
와타나베 변호사는 이러한 '비(非) 특허친화적 환경'의 책임이 일본특허청에 있다고 봤다. 특허청은 2014년부터 특허·상표 등록비와 심사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심사 속도와 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였지만 결국 심사관당 심사 건수만 가중돼 전반적 심사품질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사회정서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사회는 현대화를 거치며 경쟁을 지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간 협력과 합의, 현상유지 등 '안정'을 중시한다. 안정을 선호하는 정서가 소송에 소극적인 문화를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IP수익화 압박이 증가하지만 일본 기업은 여전히 소송을 꺼린다. 사회 통념에 기반을 둔 법제도 역시 공격적인 특허권 행사에 익숙하지 않다고 와타나베 변호사는 평가했다.
글로벌 특허 업계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특허전문기업 테크인사이드 테리 러들로 대표는 지난 2014년 “일본 판사는 당사자간 '합의'를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특허소송에서는 일반적으로 판사가 첫 공판 이후 판결 향방을 공개한다. 첫 공판만으로도 승패를 예측할 수 있어 소송 당사자들은 소송을 끌기 보단 합의에 적극 나선다. 특허권자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으면 특허권자는 어떤 조건에든 합의하고 소송을 빨리 마무리 짓기를 원한다. 반대 경우에도 침해업체는 판매금지처분을 받느니 적절한 수준에서 합의하는 편이 유리하다. 결국 최종 판결 전 '힌트'를 주는 일본 소송문화가 합의를 장려한다는 분석이다. 일본 특허소송 약 80%가 합의로 종결된다.
작은 배상액 규모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기간 법원이 판결한 사건 80% 이상이 손해배상액 1억엔(약 10억원) 이하에 그쳤다. 당사자 합의로 종결된 경우 약 40%가 합의금액 1000만엔(약 1억원) 선에서 결정된다. “일본 특허소송은 '돈이 안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결국 일본 특허소송은 최종 판결까지 도달하기 어렵고 배상액 규모도 작아, 특허권자 입장에서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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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 객원기자 ysy36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