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낙하산과 전문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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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 대표에 국토교통부 고위 관료 출신이 취임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이 잇따랐다. 정황은 그럴만했다. SR는 주식회사지만 코레일과 사학연금,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이 지분 100%를 가진 사실상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SR는 세월호 참사 뒤 퇴직관료 취업제한을 강화한 관피아 방지법 대상기관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과세자료가 없어 올해 취업제한 기업 지정을 피했다.

지난해 말 국정혼란 기간을 틈타 관피아 방지법으로 주춤하던 퇴직관료 산하기관 재취업이 슬금슬금 늘어났다. 취업 심사에 막혀 산하기관이나 협단체행이 불발되기도 했지만 재취업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퇴직관료 산하기관 재취업을 무조건 비난하고 막아야 할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관료 출신은 관련 산업구조와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유기적 협조관계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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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방지법이 발효된 2015년 이후 퇴직관료 재취업길이 막히자 그 자리를 정치권 출신이 꿰찼다. 민관 유착과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관피아 방지법이 오히려 불량 낙하산을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관피아 방지법은 공무원이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대학, 병원 등 비영리법인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업무를 해 온 관료는 배제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전문가로 포장돼 기관장으로 갈 수 있는 구조다.

민관유착이 무서워 20~30년 동안 국가 예산을 들여 교육한 인재를 재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법으로 무조건 막기보다는 윤리의식을 체질화하는 사전 교육과 경영평가, 감시시스템으로도 민관유착이나 전관예우 폐해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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