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창업, 죽음의 계곡 넘어 성공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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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데스밸리(Death Valley)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의 225㎞에 걸쳐 위치한 광활한 국립공원 이름이다. 1000피트의 두꺼운 소금 층으로 덮여 있다. 여름철에는 섭씨 57도까지 오르는 등 말 그대로 생물이 살기 어려운 악조건을 보이고 있다. 1800년대 중반에 서부 개척자들이 캘리포니아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이곳으로 여기고 통과하다가 죽을 고생을 해서 이곳이 데스밸리로 불리게 됐다는 얘기가 전한다.

자동차 광고에도 수차례 등장, 유명세를 탄 이곳에는 해수면보다 수십m나 낮은 배드워터(bad water)란 장소가 있다. 바닷물이 증발한 자리에 남은 광활한 소금밭이 거대한 염전을 방불케 한다. 사람이 거주하기에 불가능한 지역이지만 이색 풍경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모여드는 세계 명소이기도 하다.

데스밸리는 지명뿐만 아니라 경제 용어로도 많이 사용된다. 창업 후 혁신 항목과 기술력이 있음에도 자금 부족 등으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허덕이는 3~5년차 기간을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 1년 생존율은 62%지만 5년 생존율은 27%에 불과하다. 초기의 반짝 성공이 사라지고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수많은 창업 기업이 데스밸리를 건너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

창업에서 지속 성장까지 여정은 외롭고 고된 길이다. 자금 및 생산,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혼자 극복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창업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실용성은 검증되지 않아 선뜻 고객이 구매하기 어려워 판매가 부진하다. 이로 인해 자금난에 봉착하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어 사업을 접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우리 중소기업이 처한 환경은 데스밸리보다 척박하고 삭막하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소비 감소, 중국 등 신흥국의 맹추격, 환율 변동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변동 등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긴장을 멈추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그럼에도 청년 창업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는 올해 450명 모집에 2000명이 넘는, 개교 이래 최대 지원자가 몰렸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는 청년 창업가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입교 후 1년 동안 체계화한 교육과 함께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 최대 1억원의 사업비 지원 및 창업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전문 최고경영자(CEO)로 거듭날 수 있도록 양성하며, 죽음의 계곡을 헤쳐 나가기 위한 튼튼한 체력도 길러 주고 있다.

사관학교 졸업생 가운데에는 데스밸리를 넘어 푸른 초장이 펼쳐지고 시원한 시냇물이 흐르는 기름진 옥토로 진입하는 기업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수입품이 대부분이던 커피 로스터기를 국산화해 역으로 수출하는 기업, 차가 보행자와 부딪치면 후드를 자동으로 올려 주는 시스템으로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한 기업,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중개 시장에 혁신을 가져온 기업 등이 대표 사례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던 아이템을 실현 가능한 사업으로 바꾸는 등 성공 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데스밸리에 빠지지 않고 성공한 이면에는 어떠한 지원 프로그램보다도 대표자의 의지와 기업가 정신이 가장 중요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혹독한 자연 환경의 데스밸리에도 선인장이 자라고 다람쥐나 도마뱀 등 동물이 서식한다. 한 번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주위를 살피며 도움을 청하자. 혼자 가는 길은 외롭지만 이 길을 함께 걷는 동료 창업가와 지원군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자. 데스밸리는 창업 기업을 강하게 단련시키는 훈련장 역할도 한다. 고난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도록 하자.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나아가면 어느덧 데스밸리를 벗어나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의 땅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culim@sb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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