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일반 항공사처럼 운항 서비스만 제공하는 운송업체가 아니다.
1976년부터 항공기 제작, 조립, 개량 등을 담당한 종합 항공 서비스 업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 2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에 핵심 구조물을 제작·공급하고 있다. 보잉 차세대 항공기 `드림라이너(Dreamliner)` B787에는 `레이키드 윙팁` `후방 동체` 등 핵심 구조물 설계 단계부터 단일 공급사로 참여한다. 이는 대한항공 기술력 결정체인 `부산 테크센터`에서 이뤄진다.
17일 부산 대저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테크센터를 방문했다. 70만7866㎡(약 21만4129평), 연건평 26만6180㎡(약 8만519평) 규모인 테크센터는 6900여종 장비와 1만9000종 이상 치공구를 비롯해 항공기 생산에 필요한 각종 시설과 장비를 완비했다.
테크센터에 근무하는 약 2700명은 민항기 창정비, 군용기 창정비, 민항기 부품 제조 등 3개 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테크센터는 1976년 우주항공부문 기술 개발을 위해 설립한 곳이다. 2015년 사상 최초로 사업부문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도 매출 1조269억원을 올렸다.
주요 매출원은 민항기 부품 제작(4911억원)과 군용기 성능개량·창정비(2943억원)이다. 군용기 창정비 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금까지 국군과 미군 전투기 약 6000대를 정비했다.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은 민항기 부품 제작 공장이다. 대한항공은 보잉과 에어버스 주요 항공기에 핵심 구조물을 공급하는 `최우수 파트너` 부품업체다.
2004년부터 보잉 차세대 항공기 `B787` 제작·설계 사업에도 참여해 현재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 `후방 동체(After Body)`, 날개 구조물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Flap Support Fairing)` 등 5가지 핵심 부품을 제작·공급하고 있다. 연간 공급량은 B787 150대 분량으로, 보잉에 단독으로 공급한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생소한 냄새가 먼저 반겼다. 부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클렌저 냄새였다. 작은 먼지 하나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항공기 부품 특성상 청결은 테크센터 부품공장 `제1원칙`이다.
B787 후방동체를 제작하는 복합재 2공장은 외부 공기 유입에 의한 오염까지 우려, 채 1분도 공개되지 않았다.
공장 내부에서는 얇은 복합재(탄소섬유)가 실타래처럼 구조물을 감싸는 방식으로 후방동체가 제작되고 있었다.
B787은 대표적 친환경 항공기다. 탄소 복합재 비율을 기존 15% 이내 수준에서 50% 이상으로 크게 높여 연료 효율성을 20% 높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20% 줄였다.
또 한층 넓어진 창문과 높아진 천정 높이 외에도 기내습도를 크게 높여 승객 편의성을 대폭 개선하는 등 항공기술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대한항공이 오는 27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B787-9`은 최대 운항거리가 약 1만5750㎞다. 전일본항공(ANA)이 도입했던 B787-8(1만5200㎞)보다 550㎞가량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다. 장착 좌석도 250~290여석으로 B787-8 대비 30여석 더 많다. 대한항공은 올해 1호기를 포함 5대를 도입한다. 2018년 4대, 2019년 1대를 추가로 채택한다.
도현준 항공우주사업본부장(전무)은 “2020년 2조원, 2025년 3조원 등 매출 규모를 점차 늘려 대한항공이 운송 서비스와 첨단 기술을 동시에 갖춘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