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화 유지보수 한 건 계약을 위해 사업자가 제출해야 할 서류는 A4 용지 5000장이 넘는다. 소프트웨어(SW) 사업 하도급 사전 승인을 단순 물품 유지보수까지 확대·적용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촉박한 서류 제출 일정에 과다 비용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유지보수 사업 수행자는 계약 후 인력 투입 전까지 많게는 서류 5000여장을 제출해야 한다. 20억원 이상 유지보수 사업은 원도급자와 최대 100개 하도급자로 구성된다. 하도급자 하나당 SW 하도급 계획서 등 8개 문건 50장의 서류를 만든다.
단순 물품 유지보수 하도급자까지 지나치게 많은 서류를 요구한 제도 탓이다. 하도급 사전 승인 제도는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인건비 등 사업 대가를 적정하게 지급하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다. 단순 물품 유지보수 하도급은 정해진 요율에 따라 대가를 지급한다. 사전 승인 취지에 맞지 않다. 하도급 업체 가운데 단순 물품 유지보수가 98%다.
하도급 개발 역량을 평가하는 취지와도 상관없다. 단순 물품 대상은 상용 SW와 하드웨어(HW)가 해당된다. 단순 물품 하도급 적정 대가 지급은 입찰 과정에서 평가를 받는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제안 평가 때 원도급자가 발주 기관으로부터 받은 사업 대가의 80%를 하도급자에게 지급하는지 심사한다”면서 “5점이 부여된 평가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발주자와 원도급자 간 계약 체결이 착수 1~3일 전에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해당 서류 준비를 위해 100개 하도급자로부터 서류를 받고, 확인하기 위해 열흘 이상이 소요된다. 발주 기관의 70%는 인력 투입일이 1일이라면 전달 말일이나 그 전날 계약을 체결한다. 해당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하도급의 영역은 착수일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한 IT 서비스 기업의 연간 계약 사례 분석 결과 총 13건 가운데 11건이 착수 닷새 전에 계약했다. 착수 하루 전날에 계약한 것도 6건에 이른다.
원도급자 관계자는 “계약일은 최소 착수일 15일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해당 서류를 갖추기 위한 비용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발주 기관이 전자문서를 받지 않는 것도 IT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SW산업진흥법 시행 규칙에 따라 전자문서를 포함했지만 일부 발주 기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종이서류 제출을 요구한다.
IT업계는 SW산업진흥법 제20조 3의 3항 하도급 사전 승인 신청 대상에 `단순 물품 구매·설치·유지보수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 신설을 요구한다. 계약 체결을 반드시 사업 착수 15일 전에 하거나 부득이하게 계약이 미뤄지면 사후 승인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병진 미래창조과학부 SW산업과장은 “1년 동안 운영한 하도급 사전 승인 관련 내용을 집중 분석한다”면서 “현장 부담을 덜어 주는 방향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