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영화] 블랙코미디 ‘더 킹’, ‘덕후’ 패러디물도 풍자 넘친다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더 이상 소비자들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생산자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하나의 콘텐츠를 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면, 소비자들은 단순히 해당 작품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열성적으로 2차 콘텐츠를 생산한다. 함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영위해 나가는 것이다.

그동안 2차 생산물은 아이돌 팬이나 코믹스 팬들에 의해 팬아트나 패러디 형식으로 생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영화는 ‘인생영화’라고 부르더라도 ‘덕후’를 양산하기보다 그저 혼자 마음속에 담아두거나 기껏해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가씨’ ‘너의 이름은.’ 등 영화 팬들은 N차 관람(한 영화를 여러 차례 극장에서 관람한다는 뜻) 또는 패러디물과 팬아트 등을 만들어내며 ‘덕후’ 문화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Photo Image
출처 : SNS

패러디란 원작을 흉내 내어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뜻하는 말로, 변형 및 과장을 통해 풍자나 해학의 효과를 얻는다. 이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현대사를 해학과 풍자로 관통한 영화 ‘더 킹’의 2차 생산물로 패러디물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관객들도 영화의 톤앤매너처럼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도 팬들의 창의적인 생산물을 공유하며 소통에 나섰다. 최근 정우성은 직접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팬이 만든 작품을 게재해 애정을 드러냈다.

‘더 킹’은 권력자의 입장에서 권력의 비리를 폭로하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정우성은 극중 한강식이라는 권력 비리의 최고층에 위치하는 스타 검사 한강식으로 등장하는데, 권력으로 행해지는 것들을 ‘역사’라고 믿는 인물이다. “역사 앞에서 인상 쓰지 말자. 환하게 웃자”라고 말하는 한강식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역사 공부의 소중함을 외친다. 지금껏 역사를 봤을 때, 비리와 권력이 대한민국을 이끌었으니 자신의 행동도 맞고, 다른 사람들도 그 방향을 향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팬이 만든 사진 속에는 한강식의 대사인 ‘역사를 배워야 한다’를 패러디해 역사 강사가 ‘더 킹 한국사’라는 책을 펴낸 것처럼 그려졌다. 이는 한강식 트위터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한 팬이 만든 한강식 트위터에 들어가 보면, ‘안녕하세요. 한국사 1타 강사 한강식 선생님의 공식 트위터입니다’라고 소개되어 있어 영화 속 인물인 한강식이 직접 트위터를 개설한 것 같다. 트위터의 헤더에는 ‘역사 교육 시스템에 화두를 던지다’ ‘요즘 애들은 왜 역사 공부를 안 하니?’라고 장식되어 있다. 마치 설민석 강사와도 같이 실제 대한민국 역사 강사인 것처럼 한강식을 소개하고 있어 팬들의 공감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Photo Image
출처 : SNS

또한 한강식의 인물 소개를 네이버 인물정보로 합성해낸 것도 있다. 영화 오프닝에서 지역 ‘안동’과 관련해 명언(?)을 남긴 그의 말을 따와 ‘안동스터디’ 소속으로 만들었고, ‘우리나라 역사에서 역사 공부 안 하고 성공한 사람 이름 대보세요. 아무도 없지요?’라는 대사를 패러디 하기도 했다.

Photo Image
출처 : SNS

이외에도 한강식, 박태수(조인성 분), 양동철(배성우 분), 최두일(류준열 분) 등이 ‘내가 속상한 이유’를 말하고 있는 귀여운 팬아트도 눈길을 끈다. 한 컷만으로 각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을 담고 있다. 특히 이 팬아트를 만든 이는 ‘Theking TheQoo(더킹 더쿠)’로, 덕후로서 닉네임마저 센스 넘친다.

이에 대해 ‘더 킹’의 배급사 NEW는 “‘더 킹’의 '덕킹'을 자처하는 관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패러디 신드롬 현상은 그만큼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강렬했고 해학과 풍자 코드가 통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대한민국의 부조리한 역사를 읊었던 한강식 캐릭터를 역사 과목 스타강사로 만든 부분이 포인트다”고 전했다.

한편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더 킹’은 누적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