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 불출마’ 전격 선언…“순수한 애국심, 인격살해‧가짜 뉴스로 ‘정치 교체’ 명분 실종”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일 반 전 총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갑자기 요청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1월 12일 귀국 이후 여러 지방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계층의 국민을 만나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 또 종교‧사회‧학계 등 정치 여러 지도자를 두루 만나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제가 만난 모든 분들은 ‘정치‧안보‧사회‧경제 모든 면에 위기다. 잘못된 정치로 쌓여온 적폐가 더 이상 외면하거나 방치할 수 없다’ 는 절박한 심경을 토로했다”며 “최순실 사태와 탄핵소추로 인한 국가리더십 위기가 겹친 상황이다”라고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은) 난국 앞에서 정치지도자들의 목전 이익에 급급한 모습에 많은 분들이 개탄과 자절감을 표명했다”며 “제가 10년간 나라 밖에서 들었던 우려가 피부에 와 닿은 순간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 세계를 돌면서 성공하고 실패하는 나라의 지도자를 보면서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으로 정치 투신을 심각히 고려해왔다”며 정치계 입문 이유를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그리하여 갈갈이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분권 혁신 정치를 이루려는 포부를 말해왔다”며 “제 몸과 마음을 바친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순수한 애국심은 인격살해,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 명분은 실종됐다.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 명예에 큰 상처를 남김으로써 결국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쳤다”며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실망했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런 상황에 비추어 저는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결정했다”며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을 거다”라고 밝혔다.
한편 “제가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을) 양해해 달라”며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조언해 주신 분들, 가까이 해준 많은 분들게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또한 “‘정치권은 나 아니면 안 된다’ 이러한 독존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우리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저도 10년간 걸친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헌신하겠다”며 “국민 가정 여러분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