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연임 사실상 확정]3년간 할 일 더 많다

황창규 KT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됐다. 후속 절차가 남았지만 연임은 기정사실이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영업이익 1조원 돌파 등 KT가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하는 데 집중했다. 기가토피아 비전을 앞세워 4차 산업혁명 선도 의지를 밝혔고, 정보통신기술(ICT) 리더십 확보에도 힘썼다.

지난 3년간은 KT가 퀀텀점프(대약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시기였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고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정립하는 게 앞으로 3년의 과제다.

지속적인 미래 먹거리 발굴과 KT 독립성 확보도 2기 황창규호(號)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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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성과 포함 복합적 요인이 추천 배경

KT CEO추천위원회는 지난 26일 면접심사를 실시, 황 회장의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결정했다. 황 회장은 그동안 경영성과와 향후 비전을 설명했다. 최순실 사태 연루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적극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5회에 걸쳐 사내외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며 심사를 한 CEO추천위는 만장일치로 후보 추천을 결정했다. 황 회장에게는 신성장 사업 추진과 독립적 지배구조 구축을 요구했다.

CEO추천위가 황 회장을 후보로 결정한 배경에는 3년간 황 회장의 경영성과가 자리한다. 황 회장이 취임한 2014년 KT는 민영화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이 악화된 상태였다. 방만한 운영으로 미래는 어두웠다.

황 회장은 56개에 이르던 계열사를 40개로 줄이고 인력조정으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통신 본원 경쟁력을 강조하며 경영 정상화에 매진했다.

2015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이상(1조292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2~3분기에는 연속으로 분기 영업이익 4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유·무선, 미디어, 콘텐츠 등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장세가 CEO추천위에 신뢰감을 심어줬다.

추혜선, 윤소하(이상 정의당) 의원과 KT 새노조 등은 황 회장의 연임을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SK그룹과 달리 KT가 특검의 주요 수상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점도 CEO추천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적임자를 물색하기 어려운 점도 황 회장 후보 추천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새로운 CEO 선임은 당사자는 물론 CEO추천위 모두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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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점프 기반 다진 3년

지난 3년은 KT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갖춘 시기다. 황 회장이 강조한 통신 분야 경쟁력을 회복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황 회장은 KT의 새로운 목표로 `기가토피아`를 제시했다.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 기존 대비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2014년 10월 국내 최초로 기가인터넷을 상용화하며 이를 입증했다.

기가 인프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지능정보사회를 만들기 위한 근간이다. KT는 기가 인프라 확산에 앞장서면서 KT는 물론 우리나라 통신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기업 위상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기가인터넷은 2년여 만에 가입자 250만을 돌파하며 유선 분야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황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직속 기구인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 스마트에너지와 통합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미래융합서비스를 집중 육성했다.

지난해 미래융합전략실 중심으로 스마트팜, 스마트에너지, 홀로그램 등 신규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였다.

무선 분야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주도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지난해 6월 `평창 5G 규격`을 공개, 5G 생태계 기반을 닦았다. 10월에는 `5G 퍼스트콜`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5G 시장 선점의 주춧돌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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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더 많은 3년

황 회장이 연임에 최종 성공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지난해 선보인 `Y틴 요금제` 등 고객 중심 차별화 서비스로 유·무선 분야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유·무선 사업은 여전히 KT 수입의 근간이다. 성장 절벽에 부딪힌 전통적 통신서비스 산업에 혁신을 추진하는 게 2기 황창규호의 핵심 과제다.

지난 3년간 발굴한 신사업의 수익화도 요구된다. 5대 미래융합서비스가 아직은 초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확산 전략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기가지니`를 앞세운 인공지능(AI) 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도 지속 발굴해야 한다.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게 최우선 과제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황 회장과 KT의 어깨가 무겁다. 평창에서의 성공적 시범서비스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5G 주도권 확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기반 IoT 서비스 확산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KT는 오는 4월 NB-IoT를 상용화하고 곧이어 전국망 설치를 완료한다. 올해부터 IoT 시장이 확대되고 치열한 서비스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KT만의 차별화 서비스 발굴에 나서야 한다.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K뱅크)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임무도 주어졌다. KT는 인터넷은행을 4년 이내 흑자전환하고 10년 후엔 자산 15조원 규모 회사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황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목표`를 강조했다. 2기 황창규호가 제시할 새로운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해나가는 모습에 통신업계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