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①] 이보람, 서른 한 살의 사연과 스무 살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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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엘리스타엔터테인먼트 / 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인터뷰 이후 레슨이 있다면서 큼직한 백팩을 매고 들어온 이보람은 마치 스무 살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2006년 가요계를 호령했던 가수인 씨야 출신인데, 의외로 소탈하고 친근했다. 이보람과 나눈 대화 역시 편안했고 진솔했다.

가수로서 공백이 긴 이보람에게 근황은 꼭 물어야할 것 같았다. 이보람은 2011년 씨야 해체 이후 피처링이나 OST 및 프로젝트 등을 제외하곤 별다른 가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뮤지컬에 눈을 떠 새로운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이보람은 뮤지컬 ‘폴링 포 이브’에 이어 ‘사랑은 비를 타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MBK엔터테인먼트에 있을 때 솔로앨범을 준비하긴 했는데 회사에서 내줄 수 있는 여건이 안됐어요. 뮤지컬은 2014년도에 하려고 했었는데 연습단계에서 공연이 무산됐고, 이후 2015년 ‘한여름 밤의 꿈’은 티켓오픈까지 했는데 공연장 사정으로 하지 못하게 됐어요. 그 사이 MBK와 계약도 끝나서 다른 회사로 옮겼는데 계속 사정이 안 좋았죠. 공백기도 길어지고 힘든 시기였어요.”

2015년. 이보람에게 인생에서 꼽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원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었지만, 부푼 마음과 희망이 자꾸 좌절되다보니 무너졌다. 이보람은 대중에게 잊혀진 상태이기도 하고 힘내서 해보려고 하면 일이 엎어져서, 사실 이쪽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방이나 외국에 가서 조용히 애들 가르치면서 살까 고민도 했다. 실제 여러 제의도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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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면서도 앨범 작업하자는 제의도 몇 번 받았는데 하고 싶지 않았어요. 상처 받을까봐 피하게 되더라고요. 뮤지컬은 일부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드문데, 앨범은 약속을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기다리기만 하고 다른 곳 오디션을 볼 수도 없고요. 저는 회사에 신뢰가 있었으니 여러 상황들에서 기다림을 겪은 적이 많았죠.”

좌절에 빠졌던 이보람은 ‘폴링 포 이브’에서 인연을 맺은 최인숙 안무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다잡게 됐다. “뮤지컬 배우로서 가능성이 있냐.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이보람의 말에 최인숙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고, ‘사랑은 비를 타고’ 출연 제의를 했다.

“‘사랑의 비를 타고’를 하면서 마음적으로도 치유가 됐었고,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면서 즐거웠어요. 팬들도 (힘든 일 이후) 그동안 저에게서 보지 못했던 밝은 모습을 보니 좋아하셨어요.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던 와중 지금 회사의 대표님이 공연을 보러 오셨다가 저를 눈여겨보셔서 소속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이보람은 지난해 엘린스타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 새 둥지를 틀었다. 소속사는 이보람을 영입할 당시 막 생겼던 신생회사였는데, 알고 보니 회사의 대표가 이보람이 씨야로 활동하던 시절 깊은 인연을 맺어온 안영민 작곡가와 친분이 있었다.

덕분에 이보람은 회사에 더욱 신뢰를 가질 수 있었고, ‘느리더라도 좋은 음악을 꾸준히 하자’는 생각으로 수입보다 음악에 집중하는 회사를 보고 마음을 맡기게 됐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열정이 다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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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계획대로 흘러가고, 설령 노래가 잘 안되더라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진 마음 그대로 행복하게 노래할 수 있으면 가수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행복한 거거든요. 회사는 어쨌든 ‘나’라는 상품을 가지고 돈을 벌긴 원하는데, 지금 회사는 제가 수익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 편하게 해주세요. 행운이죠.”

이보람은 최근 싱글 ‘엎질러진 물처럼’을 발표하고 새 출발에 나섰다. ‘엎질러진 물처럼’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여자의 슬픈 감정을 보여주는 곡이다. 오랫동안 함께해왔던 안영민 작곡가와 곡을 의논한 만큼 애절한 이보람의 보컬에 딱 맞는다.

그러면서 5년 만에 제대로 내는 신곡이기도 하다. 이보람이 2017년, 이 한 곡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나 싶다. 어딘가 서글프고 슬픈 이보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제 고작 서른을 갓 넘긴 가수인데 가지고 있는 사연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든다.

“한창 힘들던 2015년 말에 몇 년 만에 엄마 앞에서 울었어요. 너무 죄송해서요. 이전 회사로 옮기고 나서 부모님도 오랜만에 기대와 응원을 해주셨고, 그동안 매일 연습하고 다니는 걸 지켜보셨거든요. 그런 와중 회사 정리하게 됐다고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집에 아무도 없으면 혼자 울고 그랬어요. 그래서 말하는 걸 미루다가 이렇게 숨기는 건 부모님을 위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 드렸죠. 씨야 해체했을 때도 힘들긴 했는데 어찌 보면 그때가 더 힘들었어요. 더 떨어질 곳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더한 바닥까지 봤으니까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