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가요] 씨엘씨가 극복해야 할 현아의 그림자

┃ 아이돌그룹에게 롤 모델의 콘셉트는 중요하다. 제대로 잡힌 콘셉트는 소속 기획사의 색마저 바꾼다. 그러나 자칫 롤 모델의 그림자가 너무 크면,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주(主)가 바뀐다. 씨엘씨는 현아의 그늘에 묻힐까, 아니면 털어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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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포미닛(4minute)이 해체됐다. 최근 포미닛의 활동 성적은 저조하긴 했지만, 그들이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의 색깔을 결정지었던 팀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포미닛이 사라진 자리는 누군가는 메워야 했으며, 그 자리에 선 그룹은 앞으로 큐브 모습을 결정지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그 주인공은 씨엘씨(CLC)다. 2015년 3월 데뷔한 씨엘씨는 큐브의 유일한 걸그룹이 됐다. 데뷔곡 ‘페페(PEPE)’와 ‘에이틴(eighteen)’을 통해서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은근히 발랄한 매력을, ‘궁금해’와 ‘예뻐지게’에서는 귀엽고 발랄한 콘셉트를 들고 나왔다. ‘앙큼돌’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운 만큼 섹시한 걸크러시를 주무기로 삼았던 포미닛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이후 지난해 5월 활동한 ‘아니야’는 씨엘씨가 변화를 맞은 중요한 시점이었다. 씨엘씨는 직전 타이틀곡인 ‘예뻐지게’ 활동 때 새 멤버 권은빈과 엘키를 영입했다. 이 때는 새 멤버들이 씨엘씨와 위화감이 없도록 소녀스러운 ‘예뻐지게’를 통해 기존의 밝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했다.

‘아니야’는 새로워진 팀으로서 본격적인 첫 걸음인 셈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어느덧 다섯 번째 활동이었기에 이제는 어느 정도 확실한 색깔을 보여줘야 할 때이기도 했다. ‘아니야’는 힙합비트와 마이너 코드가 만난 곡이다. 의상부터 곡 퍼포먼스까지도 이전보다 한층 캐주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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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씨는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해 포미닛과 차별점을 뒀다. 포미닛이 조금은 무거운 힙합을 담고 있는 ‘언니’ 같았다면, 씨엘씨는 자칫 어두울 수 있는 힙합 비트에 밝고 톡톡 튀는 감성을 더한 ‘동생’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찾아왔다. 포미닛이 해체를 선언하면서, 씨엘씨가 ‘아니야’를 통해 보여준 변화는 가속화됐다. 결국 씨엘씨가 택한 것은 큐브 특유의, 즉 포미닛의 모습이었다. 씨엘씨는 이번 활동에서 ‘이름 빼고 다 바꿔 나왔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할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베일을 벗은 ‘도깨비’는 기존 귀엽고 예뻤던 씨엘씨에서 파워풀하고 유니크한 매력으로 다가서겠다는 포부를 담은 트랩 장르 곡이다. 씨엘씨의 섹시한 의상에 진해진 화장, 날카로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노래와 안무는 포미닛의 것과 닮아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포미닛보다 ‘솔로’ 현아의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아는 ‘도깨비’의 작사뿐만 아니라, 앨범 콘셉트부터 디렉팅까지 많은 참여를 했다. 멤버 손의 어두운 컬러의 립스틱도 현아의 제안이었으며, 멤버들이 “현아의 손이 안 닿은 부분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안무 역시 현아를 담당했던 이가 맡았다.

참 묘한 것이, 분명 현아의 색깔이 짙게 풍기는데 씨엘씨는 그걸 또 완벽하게 해냈다. 씨엘씨는 이전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소화력을 보였고, 어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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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장예은은 “아무래도 씨엘씨가 데뷔 초부터 롤모델이 포미닛이었고, 같은 회사 식구여서 비슷한 색깔이 잘 보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이 앨범 작업에 가장 많이 참여했다. 멤버들이 입었으면 하는 의상 등을 쫙 정리해서 현아와 회사 식구들에게 보내줬다”며 “현아뿐만 아니라 이효리, 엄정화 등 걸크러시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배님들 무대를 많이 찾아봤다”고 노력한 점을 밝혔다.

물론 아직까지 안무나 제스처, 표정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아직 씨엘씨만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멤버 하나하나가 ‘어린 현아’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씨엘씨 고유의 앙큼한 매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큐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씨엘씨의 변화는 단발성이 아니다. 씨엘씨는 앞으로도 이번과 비슷한 콘셉트를 쭉 유지할 예정이다. 멤버들 또한 달라진 콘셉트를 흥미로워했으며 몇몇 멤버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의외의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전언이다.

더불어 씨엘씨는 이전에 비해 라이브와 안무도 많이 늘었고, 무대매너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도깨비’가 폭발적인 성장의 기폭제가 되어 씨엘씨가 얼마나 어떻게 ‘포스트 현아’의 그림자를 벗어던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