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대한민국에서 애니메이션은 인기 콘텐츠가 아니다. ‘겨울왕국’(2014)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국에 관람 열풍을 모았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어린이들과 그들을 대동하는 부모님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20대부터 40대까지 주축이 되는 애니메이션이 또 한 번 등장했다. 이번엔 할리우드가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영화 ‘너의 이름은.’은 지난 15일까지 248만 9384명을 모았다. 예스24에 따르면 영화예매자 중 20대가 45%로 1위, 40대 이상이 24%로 2위다. 맥스무비에서는 40대 이상이 4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엔 20대가 26%를 차지하고 있다.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지난 8월 개봉해 역대 영화 흥행 4위, 재패니메이션 2위, 일본 12주간 박스오피스 1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누적관객수 1768만 명을 기록하며 해외 개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국내에서 ‘너의 이름은.’은 지난 4일 개봉했고, 개봉 5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기준으로는 ‘열풍’이라고 할 만한 기록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을 기준으로 하면 TOP5 안에 드는 성적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2011년 ‘쿵푸팬더2’, 2016년 ‘쿵푸팬더3’이 개봉 3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2008년 ‘쿵푸팬더1’, 2015년 ‘겨울왕국’이 개봉 4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했었다.
일본 영화는 실사,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13년 전인 2004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국내에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가장 좋은 성적을 냈었다. 이에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일본의 새로운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역대 일본영화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게다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6일 SBS 파워FM ’박선영의 씨네타운‘에 출연해 “300만 관객을 달성하면 기쁜 마음으로 한국을 찾겠다”고 공약을 걸기도 했다.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감독의 바람대로 300만 명을 넘겨 일본 영화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있다. 지난해 12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 TBS 프로그램 ‘고로우・디럭스(ゴロウ・デラックス)’에서 ‘너의 이름은.’을 연출할 때 가장 신경 쓴 장면으로 “쿠치카미자케(타액으로 만든 술)”을 언급했다. 그는 “10대 남자애들에게 타액이라는 것은 하나의 패티쉬(성적취향)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좋아하는 여자의 육체 한 부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술의 제조 방법은 실제 있기 때문에 극에 등장하는 것은 일본문화로도 볼 수 있지만, 감독의 의도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작품이 아닌 국내 관객의 잘못된 문화 예절 때문이다. 최근 ‘너의 이름은.’을 관람한 일부 관객이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해 온라인상에 유출했다. ‘너의 이름은.’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들은 법적 조치를 취하려 하고, 개인적인 링크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많은 팬들이 제보를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너의 이름은.’은 대한민국에서는 쉽게 만나보기 힘든 고퀄리티 애니메이션임은 분명하다. 풍부한 스토리와 극장에서 봐야 할 법한 방대한 스케일과 디테일한 영상미, OST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13일 기준 개봉 첫 주를 맞은 신작들을 제치고 예매율 26%를 기록하며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영화뿐만 아니라 도서와 음반 등 ‘너의 이름은.’의 콘텐츠가 유통되어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1월 중 아이맥스 버전으로도 개봉할 예정이라 기존 관객들의 재관람 분위기도 기대되는 바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