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오 마이 금비’가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5.6%로 막을 내렸다. 그다지 높은 성적은 아니지만, 허정은이 시청자들에 안긴 감동은 이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어른이 될 수 없는 병에 걸린 금비였지만, 금비는 이미 어른이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에서는 금비(허정은 분)이 니만피크병 중증에 접어들며 모휘철(오지호 분)과 고강희(박진희 분)는 물론, 거울에 비친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꿈속에서조차 “이렇게 가면 아빠가 많이 울 거야”라며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기적은 있었다. 금비의 기억은 잠시나마 돌아왔고, 금비는 교실을 찾아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휘철, 강희와 함께 캠핑장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소소하지만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마법 같은 하루가 지난 후 다시 이전처럼 기억도, 의식도 없어졌다.
하지만 새드앤딩은 아니었다. 금비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 용기의 근원이었다. ‘오 마이 금비’는 금비가 모두와 함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 회를 맞았다.
‘오마이금비’는 아동 치매에 걸린 딸과 그 딸을 보살피는 평범한 아빠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아역 허정은을 타이틀롤로 내세워 감동과 흐뭇함을 동시에 자아냈다. 당시 막강한 경쟁작이었던 SBS ‘푸른 바다의 전설’, MBC ‘역도요정 김복주’와 함께 첫 방송돼 걱정을 낳았지만, 허정은 그리고 금비의 힘은 강했다.
올해 겨우 10살인 허정은은 ‘오마이금비’에서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선을 연기해야 했다. 금비는 아동치매라고 일컫는 니만피크병에 걸려 어른이 되기 전에 죽을 처지에 놓여있다. 기억도 점점 퇴화한다. 허정은은 말을 어눌하게 하고 잘 걷지 못하는 등 병의 증세를 세심하게 표현했다. ‘죽음’을 말하는 어린 금비의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로 아프게 다가왔다.
금비의 투병이 더욱 와 닿았던 이유는 너무 ‘어른 같아서’이다. 극중 나오는 어른들은 소수를 제외하곤 하나같이 철이 없거나 무언가 결핍이 있다. 금비는 이런 빈틈을 재빠르게 파악했으며, 어린이의 순수한 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허를 찌르는 대사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에게 말하듯 내려 앉아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종종 보여준 제 나이다운 귀여운 행동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저릿하게 만들었다. 극 초반에는 이런 모습들이 흐뭇한 웃음을 자아냈다. 병이 점차 진행되면서는 금비가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였지만, 결국에는 어느 정도는 의문스럽게 받아들인다. 또 소박한 소원들을 밝히며 어린 아이다운 욕심을 보인다. 금비는 마치 ‘내 자식’ 같은 심정을 안겼다.
물론 오지호, 박진희, 오윤아 등 실력이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도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렇지만 드라마의 인기와 집중도에 있어 허정은의 역할은 이들을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연으로서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가며 시청자들의 눈물과 웃음을 쏙 뺐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