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무한도전’에는 쉼표가 필요하다. 쉼표(,)는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잠시 머물었다가 또 다른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로써 ‘무한도전’, 그리고 대한민국 예능프로그램은 ‘시즌제’를 맞이할 수 있을까.
11일 한 매체에 따르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7주간 결방을 예고했다.
지난 달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크리스마스-새해 특집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소망을 밝혔다. 당시 김 PD는 자신의 SNS 계정에 “열심히 고민해도 시간을 빚진 것 같고, 쫓기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고, 택시할증시간 끝날 쯤 상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회의실 가족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면, 한 달의 점검기간과 두 달의 준비기간을 줬으면 좋겠다. 할아버지”라는 글을 게재했다. 여기에 해쉬태그로 “#에라모르겠다#방송국놈들아#우리도살자#이러다뭔일나겠다”라며 촉박한 시간에 대한 고통스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2016 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예능프로그램상은 물론 대상(유재석), 최우수상(정준하), 인기상(양세형)까지 4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무한도전’은 독보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런 결과는 연기자와 제작진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다. 연예대상 당일 이어진 회식 자리에서도 제작진들은 이른 시간에 자리를 마무리 하고 아이템 선정을 했다고 한다.
‘무한도전’은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11년째 달려왔다.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학교를 다닌다. 그 사이에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학기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시간 동안 달려온 ‘무한도전’에게 방학은 없었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다른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매번 포맷이 바뀌고, ‘프로젝트’라고 불릴 정도의 큰 아이템들을 진행한다. ‘조정’ ‘봅슬레이드’ ‘프로레슬링’ ‘더빙’ ‘릴레이툰’ ‘무한상사’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가요제’부터 지난해 진행한 ‘배달의 무도’ ‘무도리GO’ ‘우주특집’ ‘LA 특집’까지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수개월이 걸리는 블록버스터급 아이템이다. 지난 주 방송에서도 2017년에 선보일 프로젝트를 예고했는데, ‘무한도전’답게 어떤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큰 스케일에 독특한 아이템이었다.
이런 활동들을 볼 때 ‘무한도전’이 매주 방송한다는 것은 ‘비정상’에 가까웠다. ‘무한도전’은 아무 생각 없이 굴러가는 기계가 아니다. 쉼이 있어야 그 사이에 자신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도 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무한도전’의 공백은 김태호 PD의 말처럼 단순히 ‘휴식기’보다 ‘정상화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무한도전’의 결방은 MBC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토요일 오후 6시는 많은 예능인과 제작진들이 탐내는 황금 시간대로, 방송국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자리를 대체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지 않는 한, ‘무한도전’은 계속 굴러가야 한다고 보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시간을 대신해줄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무한도전’ 결방 자리에 파일럿 프로그램 ‘사십춘기’가 3주, ‘무한도전’ 레전드 편이 4주 동안 방송된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단순히 ‘무한도전’ 자리를 대체할 억지 콘텐츠는 아니다. ‘사십춘기’는 배우 권상우와 그의 절친이자 ‘무한도전’의 멤버인 정준하의 출연, 그리고 새로운 포맷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MBC는 “편성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앞서 설날 파일럿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구정 설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한도전’의 레전드 편 역시 11년 동안 500편 이상이 진행된 프로그램답게 ‘무한도전’의 팬들의 추억을 소환시킬 계획이다.
또한 시청자들 역시 ‘무한도전’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있다. 현재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한도전’ 휴식기 돌입에 대한 찬반 토론에서 시청자들은 87%(오후 1시 기준)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휴식을 찬성하고 있다. 1만 2000명가량의 누리꾼들이 참여했다.
다만 지금 논의되는 부분은 김태호 PD의 의견으로, MBC 측에서 내놓은 의견은 아니다. 때문에 ‘무한도전’의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많은 시청자들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김태호 PD가 앞서 언급한 ‘무한도전’의 ‘시즌제’가 실행에 옮겨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시즌제로 자리 잡은 작품은 많지 않다. ‘1박 2일’ ‘진짜사나이’ 등이 시즌제 이름을 달고 있지만, 멤버만 바뀌었을 뿐 포맷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MBC ‘미래일기’부터 SBS ‘씬스틸러’,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역시 두 번째 시즌을 예고한 상태지만, 아직 드러난 부분은 없다.
‘무한도전’의 경우엔 멤버들이 바뀔 가능성이 많지 않다. 대신 시즌제가 된다면 8회에 걸쳐 방송된 ‘릴레이툰’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4회 동안 방송된 ‘역사X힙합 프로젝트-위대한 유산’ ‘무한상사’ ‘레슬링’처럼 오랜 시간 동안 준비가 필요하고 콘서트 또는 한 편의 작품과 같이 결과가 드러나는 프로젝트들을 하나의 포맷으로 편성해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표 예능 ‘무한도전’이 시즌제로 진행한다면, 마치 그룹 슈퍼주니어에서 슈퍼주니어K.R.Y와 애프터스쿨의 오렌지캬라멜 등 유닛이 나온 이후 유닛이란 개념이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대한민국 예능프로그램의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