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팀에서 음악을 할 때는 우리 네 명이 공유할 수 있는 세계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 대해서, 여자 김윤아에 대한 이야기를 팀 내에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어요. 솔로 음악을 하면 짜릿한 게 있어요. 그리고 그만큼 괴로운 작업이에요.”(김윤아 2010년 6월 11일 EBS ‘스페이스 공감’ 인터뷰 中)
가녀린 체구를 한 그는 무대에 올라 구슬픈 목소리로 슬픔을 노래한다. 폭발적인 성량으로 모두를 매혹시키고 관객들의 호응을 이끈다. 김윤아의 속은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모두 깊다.
김윤아는 1997년 자우림의 1집 앨범 ‘퍼플 파트(Purple Heart)’로 데뷔했다. 그리고 자우림의 보컬로서 총 11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수많은 음악을 쏟아냈다. 앨범 대부분의 트랙에서 그는 작사가로서 이름을 올렸다. 자우림의 음악은 곧 김윤아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김윤아는 자우림 활동으로도 창작에 대한 갈증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지금까지 네 장의 정규앨범 및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OST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가 홀로 만드는 음악에는 자우림 활동을 통해 만나볼 수 없었던 어떤 마력이 있다.
김윤아의 솔로 활동은 2001년 개봉한 영화 ‘봄날은 간다’의 OST로 시작됐다. 이후 그는 첫 번째 솔로앨범 ‘쉐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Shadow Of Your Smile)’을 발매했다. 자우림 앨범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 김윤아의 목소리 톤이다. 중성적이었던 그의 목소리는 구슬퍼졌고 트랙들은 이전보다 더욱 무거워졌다.
타이틀곡 ‘담’은 “우리 사이엔 낮은 담이 있어 내가 하는 말이 당신에게 가 닿지 않아요”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김윤아는 첫 번째 앨범을 통해 줄곧 ‘소통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지금까지 꺼내지 못한 자신만의 슬픔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하듯이 말이다.
타이틀곡 ‘담’보다 인기 있는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보너스 트랙인 ‘봄날은 간다’이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었다고 볼 수 있으나, 봄날의 쓸쓸함을 표현한 김윤아만의 감성이 아니었다면 이정도의 사랑을 받진 못했을 것이다. 물론, 신나는 자우림의 앨범을 상상했던 팬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두 번째 앨범의 제목은 ‘유리가면’이다. ‘가면을 쓴 김윤아가 연기하는 열 명의 다른 여자, 그리고 마지막 순간 가면을 벗은 열한 번째 노래에서의 김윤아 자신’에 대해 담았다. 1집과 마찬가지로 이 앨범 속 김윤아는 고독하고 외로우며,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집요하게 노래한다.
김윤아는 ‘야상곡’으로 큰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음악프로그램의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나름의 인기를 얻었다. 지금도 그의 솔로 앨범 가운데 가장 유명한 노래는 ‘야상곡’으로 손꼽히고 있다. ‘나는 위험한 사랑을 한다’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등 탱고 곡들은 흥겨운듯 하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모두 사랑에 대한 배신감과 부정적인 감성이 주를 이룬다.
김윤아는 2006년 결혼 발표 이후 한동안 솔로앨범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2010년 6년 만에 공백을 깼다. 앨범 명은 ‘315360’이다. 당시 김윤아는 서른 여섯살, 31만 5360시간의 흔적을 담아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윤아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김윤아는 3집의 작사·작곡·편곡을 도맡아 했다. 모든 작업을 조율하는 싱어송라이터로의 진면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롯이 자신의 손으로, ‘여자 김윤아’로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려 했고 이는 성공했다.
‘썸머 가든(Summer Garden)’ ‘에뜨왈르‘ ‘캣 송(Cat Song)’은 모두 엄마 김윤아로서 써내려간 곡이다. 이별에 대한 두려움, 그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모성의 힘,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연민이 각 노래에 담겨있다.
타이틀곡 ‘고잉 홈(Going Home)’은 ‘야상곡’의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한 바 있던 그의 동생 김윤일이 사기를 당하고 억울한 누명까지 쓰게 되자 가족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을 당시를 떠올리며 썼다. 여담이 있다면, 첫 번째 트랙 제목에 있는 ‘릴리스’는 남편 김형규가 부르는 김윤아의 예명이다.
그리고 다시 6년 만에 김윤아는 돌아왔다. ‘타인의 고통’이라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사회 안에서 비로소 개인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언급하며 상실과 슬픔, 공감, 그리고 특유의 차가운 듯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2016년 4월부터 100일 간격 발매해왔던 ‘키리에’ ‘안녕’ ‘유리’를 포함해 총 열곡이 담겼다. ‘키리에’의 가사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자책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에 대해 김윤아는 “듣는 이들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후반부 들려오는 잠수부의 호흡소리는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타이틀곡 ‘꿈’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에 상처받은,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을 위로한다. 김윤아는 이 노래를 SNS 속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만들었다. 이제 그는 사람들의 마음 SNS만으로도 헤아릴 줄 아는, 남다른 감성까지 가지게 됐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