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내 어깨 위에 고양이, 밥’] 고양이 한 마리가 일으킨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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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내 어깨 위 고양이, 밥'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고양이 한 마리가 삶의 벼랑 끝에 서있던 한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까지 바꾸기 시작한다. 판타지 같은 이 이야기는, 믿기 힘들겠지만 영국의 노숙자 ‘제임스 보웬’과 그의 반려묘 ‘밥’의 실화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영화 ‘내 어깨 위에 고양이, 밥’을 보고 나면 사랑에 빠질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도망쳐 나온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 분)에게는 아무 희망이 없었다. 오래 전부터 마약에 중독된 그는 치료를 받던 중 끊임없이 위기를 맞이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며 살아간다. 하지만 의지만큼은 강했던 제임스를 위해 치료사는 집을 마련해줬고, 새 보금자리에서 제임스는 평범하게 살아갈 삶을 조금씩 꿈꿔본다.

그러던 와중에, 운명적인 구원자를 만난다. 거지꼴로 위장한 CEO도, 아름다운 여성도, 인자한 집주인도 아닌 조그만 고양이다. 상처 입은 고양이 ‘밥’을 위해, 자신에게 있던 모든 생활비로 치료해준 후, 그들은 매순간 함께하기 시작한다. ‘밥’의 곁에서 제임스는 처음으로 사람들의 따뜻한 박수와 눈길을 받으며 행복함을 느낀다. 제임스의 2막 인생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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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누리픽처스 제공

제임스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누군가를 위한 ‘책임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물론, 시기 질투로부터 나온 위기와 시련, 그리고 좌절은 계속해서 제임스를 옥죄인다. 그러나 ‘밥’은 제임스에게 곧 구원자며, 희망이었으니 그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나를 돌아봐줘요. 나를 예뻐해 주세요. 나는 아름다우니까요. 우리는 모두 특별해질 거예요’ 극 중 등장하는 가사는 온전히 제임스의 바람대로 이루어졌다. 누구나에게 두 번째 기회는 찾아오지만, 모두가 그 기회를 잡지 않는다. 제임스는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고, ‘밥’은 그런 제임스를 향해 기꺼이 찾아갔다. 또 다른 조력자인 옆집 여자 베티(루타 게드민타스 분)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주니, 이토록 매력적일 수 없다.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단순히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밥’의 시선도 함께 담았다. 관객은 그 기법을 통해 조금이나마 ‘밥’의 감정과 닿을 수 있다. 그리고 명확하게 리얼리티를 추구한 만큼, 낮과 밤이 극명하게 대비를 보이는 영국의 길거리와 아기자기한 건물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크다.

부서진 기타와 함께 버스킹을 하면서 수익을 얻는 제임스의 연주와 노래는 다소 투박하다. 하지만 진심 어린 가사와 화려하지 않아 담백하게 다가오는 목소리는 오히려 이 영화와 어울린다. 만약, ‘비긴어게인’처럼 특출하게 유려한 실력이었다면 그의 삶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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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누리픽처스 제공

루크 트레더웨이가 연기한 제임스는 실제 인물이 출연했나 싶을 정도로, 리얼리즘이 가득 담겨있다. 특히, 중후반의 극한의 상황에 도달해 고통 받는 모습을 연기할 때는 실제 마약 중독자라고 착각할 만큼 훌륭했다. 피폐와 해방을 오가는 갭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더 훌륭한 연기‘묘’가 있었다. ‘밥’은 실제 ‘밥’이 등장해 열연을 펼쳤다. 자유자재로 알맞은 타이밍에 필요한 표정을 짓는 것부터 귀여운 하이파이브를 포함한 액션까지, 완벽하게 선보였다.

엔딩크레딧에는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문구가 흘러나온다. 영국에 실존하고 있는 제임스와 밥이 노숙자와 동물 보호에 힘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 그들의 사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더 넓은 범위로까지 행복한 나비효과를 펼치고 있는 고양이 ‘밥’은 1월 4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