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사우디 원자력 안전규제 협력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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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말 열사(熱沙)의 땅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왔다. 양국의 원자력안전규제에 대한 협력약정(MOU)에 서명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5년여 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사우디 왕립원자력재생에너지원(K.A.CARE)과 인내심을 발휘해서 지속 협의해 온 성과였다. 원자력 안전 규제 및 안보 인프라 구축, 원자력시설 안전성 평가, 안전 규제 연구 협력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 이번 MOU는 양자 간 원자력 안전 규제 협력을 위한 새로운 거점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석유 산출국이자 수출국으로, 석유가 국가 수출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0%에 이른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러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나친 석유 의존도 완화와 신산업 육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비전 2030`을 4월에 발표했다. `비전 2030`에는 원자력 분야도 포함돼 있다. 사우디는 `비전 2030`에 따라 원자력에너지 로드맵을 수립하고 원자력 안전 투명성 제고, 규제 독립 기관 설립, 안전 규제 인프라 확충, 원전 부지 위치 확인 및 특성 파악, 원자력지주회사(NHC) 설립, 소형 원자로 SMART 기술 국산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는 2018년까지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에서 분리해 독립된 원자력안전 규제 기관의 설립을 추진하는 등 자국의 안전 규제 인프라 확충과 안전 규제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독립된 원자력 규제 기관으로 후발국 규제 인력 양성 경험이 풍부한 원안위와의 원자력 안전 규제 분야 MOU 체결은 사우디의 안전 규제 역량 강화를 위해 유용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새해 2월까지 MOU 이행과 관련해 조정, 집행 등 전반을 담당할 공동 실무단을 구성하고 분기별 협력 회의를 추진하는 등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실행할 것이다.

MOU 체결 이전에도 양국은 원자력 안전 규제 분야에서 상호간 협력 증진 노력을 해 오고 있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SMART 설계 및 운영 교육을 받고 있는 사우디 측 인력 가운데 안전 규제 인력이 포함돼 있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이번 MOU를 계기로 사우디 측은 안전 규제 교육 인력 증원 계획이 있으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아니라 규제 전문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교육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이 본격화되면 교육 훈련 분야에서 실질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사우디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과도 원자력 안전 규제 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11년에는 UAE 연방원자력안전규제청(FANR)과 MOU를 체결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요르단 원자력규제위원회(JNRC, 현 EMRC)와 MOU를 체결, 매년 연례 회의를 열어 상호간 원자력 안전 규제 현안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신고리 3, 4호기와 동일한 노형의 원자로(APR1400)가 건설되고 있는 UAE에는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 규제 전문 기관(KINS)의 인력이 현장에서 안전 규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국가들은 한국 정부가 그동안 축적해 온 원자력 안전 규제 경험과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더욱 긴밀한 협력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UAE는 원전 비상 대응, 폐기물 관리, 연구개발(R&D)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는 공식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기회로 우리 정부가 원자력 안전 규제 분야 선도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yhkmost@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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