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청문회 불출석 이유 "김기춘 보면 따귀나 뒤통수 때리는 사고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 들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된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낙하산 근절’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다음날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니윤씨(본명 윤종승·80)를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하라며 ‘낙하산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유진룡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해경 해체’를 “내각의 국무위원들과 한 번도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유진룡 전 장관은 27일 방송 예정인 CBS라디오 사전 인터뷰에서 2014년 5월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다음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자니윤씨를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날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해경을 해체하고 관피아의 폐해를 끊어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낙하산 근절’을 약속한 다음날 ‘낙하산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진룡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신 다음날 그분의 뜻인지 김 전 실장의 장난인지 몰라도 자니윤을 임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당시 수석들과 논의한 유 전 장관은 자니윤씨를 직접 만나 상임감사가 아닌 상임홍보대사를 제안해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자꾸 쓸데없는 짓을 하냐”며 “그대로 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자니윤씨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당선을 도운 바 있다.
이후 유진룡 전 장관은 사의를 표명해 그해 7월 면직처분됐다.
자니윤씨는 유 전 장관의 면직 한 달이 지난 8월 상임감사에 임명됐다.
그는 해경 해체를 상의 없이 혼자 결정한 것에 대해 자신이 문제제기를 하자 박 대통령이 “그러면 내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고 매우 화를 냈다고 전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지난 22일 5차 청문회에 증인이었으나 불출석한 이유에 대해 “농담으로 생각할지 몰라도 제가 좀 인격이 여물지 못해서 혹시 나갔다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보면 혹시 따귀를 때린다든가, 하다못해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겠다 하는 걱정을 스스로 했기 때문에 청문회 출연을 자제했다”라고 밝혔다.
한은숙 기자 esh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