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사회 혁신의 주체는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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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근 수백만명이 광장에 모여서 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모습을 목도했다. 대중의 쏠림이 방향성을 띨 때 지니는 힘과 잠재력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서로 연결하고 공유해서 서로를 인식할 때 문제점이 더욱 명확해지고, 해결 방법도 쉽게 도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

도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수많은 건물과 도로 사이로 흐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이야기가 모이고,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동시에 해결된다. 이 공간이 디지털과 결합해서 새로운 마당이 펼쳐진다면 어떠할까 상상해 본다.

디지털사회 혁신은 시민과 공동체가 협력, 디지털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그동안 디지털 기술은 소수 전문가의 관심이었고, 주로 산업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디지털이 사회 혁신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이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듦으로써 분산돼 있던 개개인의 역량을 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회 혁신과 문제 해결 주체가 변하고 있다.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으로 출발한 스페인 `고테오(Goteo)`는 지금은 사회 혁신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시민의 전문 지식과 재능을 모아 사회문제 해결에 투입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프로젝트의 사회 공감과 공유를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유럽연합(EU)은 `호라이즌 2020`이라는 계획 아래 시민, 기업, 단체,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자금과 정책 지원을 제공한다. 지난날 사회문제를 포착하고 해결하는 활동은 행정 역할이었지만 디지털 기술이 확산되면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피어바이(Peerby)`는 201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물품을 검색하면 가까이 있는 사람이 빌려주는 간단한 서비스다. 협력 소비를 통해 자원을 재활용하고 이웃 간 공동체를 복원한다는 명료한 목적을 세운 이 플랫폼은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으로까지 확대됐다. 단순하지만 쉬운 사용자경험(UX)을 설계, 자연스럽게 시민 참여를 유도한 성공 사례다.

우리 역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꾸준히 사회문제를 해결해 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천만상상오아시스`는 지난 10년 동안 16만여건의 시민 아이디어를 모아 정책에 반영했다. 2011년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한 오마이컴퍼니는 스타트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사업자 및 단체의 자금 모금과 판로 확대를 돕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와디즈 역시 소방관, 노숙인 등을 돕는 공공프로젝트 실현에 일조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사례가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정의하고 공유와 협력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마당을 마련해야 한다. 그 마당은 온라인일 수도 오프라인일 수도 있고, 두 개의 결합일 수도 있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과 해결할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면 충분하다. 이 모든 것은 시민이 주도해야 한다. 전통 방식의 하향식 행정으로는 사회 혁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 역사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비약 발전을 이뤘다. 수십조원 가치의 기업이 등장하고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며, 우리 일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졌다. 이러한 경제 성과를 넘어 우리 관심을 인간과 사회를 위한 기술 비전, 사회 가치로 전환시켜야 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3D프린터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서 사회문제와 해결책을 찾아내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현실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치형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chilee@sdf.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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