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스타워즈’는 거대한 세계관과 방대한 시리즈를 가지고 있다. 1977년부터 시작한 오리지널 4,5,6편, 이후 만들어진 프리퀄(오리지널의 이전 내용) 1,2,3편, 그리고 시퀄(오리지널의 이후 내용)인 7,8,9편까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예정이다.
영화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원’)는 이들 시리즈에 이어진 작품이 아닌, 스핀오프다. 때문에 ‘로그원’은 기존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시기적으로 따지면 ‘스타워즈3’(2005)과 ‘스타워즈4’(1977) 사이의 이야기다. ‘스타워즈’의 첫 시작을 알린 ‘스타워즈4’은 행성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제국의 무기,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반군이 훔친 것으로 시작한다. ‘스타워즈4’가 예고(?)한 대로 ‘로그원’은 정해진 결말인, 반군이 제국의 데스스타 설계도를 빼내는 모습이 그려진다.
주인공 진(펠리시티 존스 분)의 아버지 겔런(매즈 미켈슨 분)은 다스베이더가 지배하는 제국의 최종 병기 데스스타라는 무기를 만든 부역자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로 진은 데스스타의 약점을 캐내는 임무를 떠맡게 된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아버지와 자식 간의 관계에 주목해왔다. ‘스타워즈6’에서는 다스베이더가 루크에게 “내가 너의 아버지다(I'm your father)”라고 해서 충격을 줬고, ‘스타워즈7’의 새로운 다크사이드 역시 아버지인 한 솔로를 살해해 공포를 자아냈다. ‘로그원’에서는 처참한 부자 관계 대신 제국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의심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딸의 마음을 그려냈다.
진을 도와주는 인물로는 반군에서 지원해준 정보요원 카시아(디에고 루나 분)와 드로이드 로봇 K-2SO, 그리고 운명적으로 만난 동양인 치루트(견자단 분)와 적군 파일럿이었다가 전향한 보디(리즈 아메드 분)가 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야기의 흐름과 상관없이 중국배우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달리 치루트 캐릭터는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조력자다. 긴 봉 하나로 아날로그 액션을 펼치는 그는 “모든 것은 포스의 뜻이다”라고 말하며,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보다 더 많은 것을 보는 초인 같은 인물이다.
성별과 인종, 신념을 뛰어넘은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스타워즈’의 목소리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로그원’에는 절대적인 악도 정의도 없다. 적국에서 전향한 보디, 적국 드로이드였지만 개조된 K-2SO, 다스베이더 편인 줄 알았던 아버지 역시 그만의 사정이 있었으며, 정의인 줄 알았던 반군도 사실 약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어린 소녀를 이용한다. 이들을 구원하는 것이 주인공, 진이다. 물론 이 소녀도 처음부터 강했던 것은 아니다.
진은 제국과 반군 모두에게 고통을 받은 인물이다. 여기에 아버지에 버림받았다는 상처까지 있다. 처음에는 대의보다 반군의 협박으로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찾으러 나설 뿐이다. 이후 친구들의 냉정하지만 진솔한 말들과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전사’로 거듭난다. 그리고 그는 ‘대의’와 ‘희망’을 찾기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스타워즈’에는 또 다른 여주인공이 탄생했다. 진 역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는 오리지널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캐리 피셔 분), 시퀄의 여주인공 레이(데이지 리들리 분)를 이어 강인한 ‘포스’를 뽐내며 극을 이끌어 간다. 천방지축이지만 여장부인 레이보다는 상처가 있는 인물로서 극의 깊이를 채운다.
새로운 주인공이 끌고 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직 루크가 다스베이더를 처치하러 가기 직전이고, ‘스타워즈’의 상징인 다스베이더나 스톰트루퍼가 활약하는 신은 없다. 다만 붉은 광선검을 잠시 든 다스베이더, 로봇 R2D2와 C-3PO, 그리고 레아공주까지 특별출연한 서비스컷은 있다.
칠흑 같은 우주 속에 빛나는 푸른 지평선 등 클래식한 비주얼은 여전히 아름답다. 특유의 우주 공간 액션 신뿐만 아니라 리얼한 지상 전투 액션신 역시 SF액션 영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된다.
하지만 터질 듯 터지지 않는 강력한 위력의 싸움신은 ‘스타워즈4’로 미뤄둬야 한다. ‘로그원’의 목적이 설계도를 빼내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반전이 없을 수밖에 없는 상황. 뒷 장면이 더 있을 것 같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쉽게 극장에서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로 아쉬움을 남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여느 엔딩신보다 약하지만, 스핀오프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영화의 마지막 맺음을 느슨하게 묶을 수밖에는 없는 듯 보인다.
다만 그 이후가 궁금해지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스타워즈4’부터 정주행하면서 ‘스타워즈’에 입문하는 관객도 있을 법하다. 오는 28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