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두 달 동안 우리의 의식과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이는 ‘뉴스’를 통해서 쉽게 드러난다. 사회ㆍ정치면에는 매일 같이 변하는 새로운 소식들과 여전히 변함없는 가해자에 대한 기사가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문화부 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부에서 영화를 현실과 엮어 쓰기도 하고, 정치부는 ‘늘품체조’ 정아름에 관한 기사를 쓰기도 한다. 여러 분야가 ‘최순실’ 아래 하나가 된 것이다.
영화계 역시 ‘최순실 게이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개봉하는 많은 영화들은 자신의 작품이 현실을 담아냈다고 홍보하고, 배우들도 직접적으로 정치를 언급한다. 이에 기자들도 영화 속에서 ‘시국’을 찾아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이는 ‘그만 엮으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 ‘시국’을 찾아내는 모습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가 현실을 담지 않으면 과연 무엇을 담을까. 영화는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실을 떠나서는 실재할 수가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실적인 영화에 실제 모티프가 된 것을 물으면, ‘그것을 생각하면서 만들지 않았다’고 선을 긋는 감독들이 많았다.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관객들에게 감독은 자꾸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나온 영화들은 조금 다르다.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고 만든 것인데, 현실이 된 것이 겁이 난다”고 말을 했고, 조의석 감독은 영감을 준 인물이 있냐는 질문에 “이병헌이 맡은 진현필은 ‘그 사람’(조희팔)의 초성을 따서 만들었다. 특정 한 명은 아니지만, 역사가 반복되면서 등장하는 인물을 진혁필에 녹여내려고 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마스터’의 이병헌은 “이 영화는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과 아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며 “롤모델로 따라할 사람이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는 콘텍스트(맥락)가 중요한 콘텐츠다. 관객이 공감을 해줘야 의미 있는 것이다. 감독들이 인정을 했든 안했든 이전에도 많은 영화들이 현실을 담아왔다. 감독들은 문제를 제기했고 관객들은 공감했다.
다만 현재 우리 사회는 현실을 담은 영화에 공감 능력이 높아져 있는 상태이기에 더 주목한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에게 멜로 영화가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처럼 현실을 담은 영화도 직접 겪어본 사람에게 더 크게 와 닿는다. 그래서 앞서 얼마나 부숴지냐 얼마나 스케일이 크냐, 가족 간의 감동 스토리가 주목받았던 재난영화도 ‘재난’ 자체보다 얼마나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느냐를 더 주목하고 있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으로 돌아가는 요즘, 과거엔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해당 사항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도 이제 함께 공감하게 됐다. 답답한 상황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그 대상들에게 직접적인 분노를 표현할 수 있다.
김우빈은 엔터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국과 맞닿아 있어서 영화가 잘 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다. 비스무레한 장면들이 있어 떠오르긴 할 것 같다. 경찰인 재명(강동원 분)에게 이입되어 관객들이 대리만족했으면 좋겠다. 내가 처음 시나리오 볼 땐 이런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금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