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도록 문제점을 즉시 개선하지 못한 점, 또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해당 영상을 페이스북이라는 공적인 공간에 노출한 점 등 가장 큰 책임은 저희 ‘SNL’ 제작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제작진이 최근 이세영의 그룹 비원에이포(B1A4) 성희롱 논란에 대해 내놓은 사과문이다. 이세영이 비원에이포의 은밀한 부위를 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상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공개한 것은 제작진이다. ‘SNL 코리아’ 제작진은 아직 성적 유머와 성희롱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SNL코리아’의 원작은 미국 NBC에서 1975년, ‘세러데이 나이트(Saturday Night)’이라는 제목을 거쳐 현재 ‘세러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 이하 ‘SNL’)’로 불리는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유명인을 초대해 다양한 개그를 선보였고 이제는 국내에서도 친숙하다. ‘SNL 코리아’는 이 점을 인지해 한국판으로 재탄생 시켰다.
‘SNL’의 최대 장점은 수위 높은 시사·정치 풍자, 블랙·섹시 코미디 등이다. 제작진은 시즌 초기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대선 후보들의 언행을 풍자하는 코너를 선보였다. 이는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고 ‘SNL’이 지금의 자리를 지키게 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이전에는 만나보지 못했던 섹시 코미디는 ‘개그콘서트’와 같이 온 가족이 시청하는 프로그램과는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최근의 ‘SNL 코리아’는 조금 다르다. 여의도 텔레토비와 같은 시사·정치 풍자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정권이 교체되며 이에 대한 제제가 있었다’는 풍문이 들려왔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했던 민진기 PD가 급작스럽게 하차하며 다시 한 번 외압 논란이 일었다.
가장 큰 무기인 정치 풍자를 거세당한 ‘SNL 코리아’는 방향성을 잃었다. 무분별한 섹시 코미디가 난무했고, 높은 수위의 개그는 자기비하 코미디로 이어졌다. 호스트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개그우먼, “나는 가슴이 없어요”라고 노래하는 정이랑이 ‘SNL 코리아’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다.
제작진은 다른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치가 아니라면,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줄 신랄한 사회 풍자가 필요하다. 권혁수가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는 현재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인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