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종영┃‘SNL8’ ①] 나쁜 손, 나쁜 입, 나쁜 ‘토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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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토요일 밤 시원한 웃음을 선사해주던 ‘SNL 코리아’가 한 해 동안 몸살을 앓았다. 불편한 언행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6년이었다.

2016년 상반기 일곱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는 나름의 호평을 받으며 시작했다. 첫 호스트였던 배우 이하늬는 “내가 누군지 아니?”라며 능청스럽게 노래했고 이는 사람들의 귀에 각인, 한 차례 휴식기를 가졌던 만큼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줬다는 평이었다. 하지만 이 평가는 계속되지 않았다.

◇논란은 시청률의 원동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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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는 매 시즌 크루 재편성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꾀한다. 7, 8번째 시즌 역시 이와 같은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기대감을 키우기보다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변화였다. 제작진은 논란의 인물을 크루로 합류시켜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려 했던 모양이다.

시즌7에서는 예원, 시즌8에서는 탁재훈이 합류했다. 두 사람은 각각 섹시함과 남다른 유머감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모두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이겨내고 있었다. 예원은 선배 이태임과의 막말 논란으로 한 차례 휴식기를, 탁재훈은 불법도박과 이혼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SNL’ 속 두 사람은 시청자의 예상대로 행동했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이를 희화화 시켰고 이는 프로그램의 예능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당장의 시청자는 이를 보며 폭소했을지 모르지만 뒤끝은 좋지 않다. 논란을 웃음으로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너무도 뻔했기 때문이다.

◇개인적 일탈일까…‘성추행’과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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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시즌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회가 있다면 단연 이엘이 호스트로 출연했던, 6월 18일 방송분이었다. 하지만 이엘의 활약이 두드러져서가 아니었다. 크루인 안영미의 욕설 때문이었다.

안영미는 ‘혼놀족 박람회’ 코너에서 가상의 여성으로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 “씨X”라는 거친 욕설을 뱉으며 퇴장했다. 여기에 출연진의 놀란 표정이 비쳐져 이는 준비된 대사가 아니라는 것을 예감케 했다. “사전에 욕설과 비슷하게 대사를 하기로 논의됐던 사안으로 안영미가 욕설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제작진의 해명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구차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졌다.

더 심각한 논란은 성추행이었다. ‘SNL 코리아’ 제작진은 SNS를 통해 호스트로 출연했던 그룹 비원에이포(B1A4)의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SNL’ 여성 크루들이 비원에이포의 몸을 더듬는 과정이 담겨있었다. 특히 이세영은 “다 만졌다”며 환호했고 더욱 큰 공분을 샀다.

제작진은 뒤늦게 진압에 나섰다.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인정했고 여론이 누그러지지 않자 2차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분노한 팬들은 이세영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결국 이세영은 잠정 하차를 결정했다.

◇유방암 조롱, 의도 한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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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정점은 유방암 조롱 논란이었다.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한 코너에서 개그우먼 정이랑은 배우 엄앵란을 패러디한, 김앵란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그는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개사해 “잡을 가슴이 없다”고 노래했다.

하지만 엄앵란은 유방암 판정을 받고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일었다. 제작진은 “노래 가사를 정이랑 씨 본인의 이야기에 빗대어 애드리브를 하다가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들끓었다.

크루 합류 논란, 성희롱, 욕설, 암환자 조롱이라는 연속적인 타격을 입은 ‘SNL’은 결국 시즌 조기종영을 결정하게 됐다. 토요일 밤의 시원한 웃음을 전해주겠다던 이 프로그램은 숱한 논란에 뭇매를 맞았고, 이미지 쇄신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떠안고 말았다. 제작진은 숱한 논란에 시즌 종영 소감조차 조심스러운 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