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11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1년 간 이어진 임금협상에서 사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종사 노조 파업으로 대한항공은 연말까지 총 147편 가량이 결항될 예정이다. 조종사 노조는 상황에 따라 최대 내년 1월 20일까지 3차 파업을 이어갈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22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31일까지 열흘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첫 날에는 국제선 128편 중 4편, 국내선 75편 중 14편이 뜨지 못하게 됐다.
이번 파업 기간 동안 국제선은 미주와 구주, 대양주, 동남아 노선은 전편이 정상적으로 운항된다. 다만 일본(도쿄 나리타·오사카)과 중국(홍콩) 등 하루에 여러편 운항하는 노선 위주로 1회 정도씩 감편된다. 이에 따라 이국제선 24편, 국내선 111편 등 여객기 135편, 화물기 12편 등 총 147편이 결항할 예정이다. 노조는 비행이 가능한 전체 조종사 2300여명 중 189명만 1차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1년 간 끌어온 임금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과 관련해 작년부터 사측과 갈등을 벌이다 올해 2월 20일부터 쟁의 행위에 돌입했다. 이달 7일에는 최종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결정했다. 당초 임금 인상률을 37%로 요구했다가 29%로 수정했으나 사측이 기존의 1.9% 인상안을 고수 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규남 노조위원장은 “임금 인상률 수치는 대한항공 조종사의 근로 환경을 국제 노동시장에 맞게 조정해달라는 뜻이자 회사 임원들에만 적용된 고액의 임금 인상률을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단돈 1000원이라도 수정안을 제시하면 파업을 접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결국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으로 노조가 제시한 인상률을 적용하면 약 4000만원이 인상된다. 하지만 노조는 대한항공이 10년간 계속 조종사의 실질임금을 깎아 외국과 2∼3배까지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바람에 유능한 조종사가 대거 유출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중국 항공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조종사 수요가 늘자 높은 임금을 제시받은 국내 조종사 수백명이 수년간 빠져간 것이다. 노조는 이로 인해 발생한 빈자리를 경력이 적은 외국인 파견 조종사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것이 비행안전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파업 기간 동안 일부 노선의 항공기 운항 편수를 줄인다. 인천~나리타, 인천~오사카, 인천~홍콩, 인천~두바이, 인천~리야드~제다 노선 중 일부편이 대상이다. 일본·중국·중동 일부 노선을 감편해 평상시 대비 98%의 항공편을 운항한다. 국내선은 제주노선은 평소 대비 90%를 유지하고 대신 국내 내륙노선을 감편한다. 열흘간 평소의 85%만 운항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파업으로 영향을 받는 항공편은 홈페이지·문자메시지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공지할 예정이고 해당 항공편 예약 승객들은 대체편을 제공하고 환불과 목적지 변경으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화물편의 경우도 연말연시 수출입 화물 운송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추가 협상에서 사측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추가 파업을 계획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10일까지 2차 파업자 명단을 사측에 보낸 상태다. 또 1월 11일부터 20일까지 3차 파업까지 계획 중이다. 노조는 상황에 따라 계속 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은 2005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파업 때문에 운항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2005년 파업 시 항공편 1000여편이 결항됐고 2600억원이 넘는 직·간접 손실이 발생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2006년부터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파업을 하더라도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 50% 이상을 정상 운항해야 한다.
<○ 부분 파업기간 운항 계획 (12월22일~31일)>
< [ 파업기간 중 국제선 결항편 상세]>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