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대중문화부] 올 초 37년 만에 컴백을 알리며 음악씬의 굳건한 리스펙트를 확인시켜주었던 정미조.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박사 학위를 받은 우등한 스펙의 그녀는 프랑스에서 쌓은 스펙만큼이나 이국적인 음악 색을 선보였다. 팝송과 샹송을 즐겨 불렀고, 음악 곳곳에 유럽풍을 입히며 고급 감성을 전했다.
명곡 ‘개여울’이 수록된 1972년 그녀의 데뷔 앨범은 A면과 B면의 대조가 이채롭다. 소월의 시가 한국적 감성을 그리는 A면과 달리 B면의 모든 곡들은 번안곡들로 채워졌다. 비틀즈(The Beatles)의 ‘썸씽(Something_’,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마이 웨이(My Way)’가 ‘사랑이 무엇일까?’, ‘나의 길을 가련다’라는 제목의 번안곡으로 앨범에 실렸다.
B면을 채운 번안곡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곡은 ‘정열의 꽃’, 원곡 타이틀은 ‘패션 플라워(Passion Flower)’다. 라틴풍의 기타 사운드와 노골적인 두왑 코러스가 각인되는 이 곡은 2000년 김수희의 앨범에도 수록되며 인기를 얻었고, 최근 방송에서도 후배들의 커버로 심심찮게 울려 퍼진다.
‘정열의 꽃’의 원곡자는 프랑스 태생의 이탈리아계 디바 카테리나 발렌테(Caterina Valente). 가수이면서 기타리스트이고, 댄서이면서 배우였던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였다. 뮤지컬 배우인 어머니와 함께 돌아다니며 유럽 각지를 경험했던 그녀는 샹송과 칸초네는 물론 세계 각국의 음악 스타일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시대를 풍미했다.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쳇 베이커(Chet Baker), 베니 굿맨(Benny Goodman), 엘라 핏제럴드(Ella Fitzgerald),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페리 코모(Perry Como), 빙 크로스비(Bing Crosby) 등 당대 최고의 거장들과 함께했으며, 신기할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활동하며 어필했다.
유럽 본토 뿐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본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 브라질, 페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국가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샹송, 칸초네, 보사노바, 스탠다드 등 다채로운 장르를 접하는 즐거움,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다채로운 언어를 접하는 즐거움을 함께 선사했다.
그런 점에서 정미조와 카테리나 발렌테는 닮았다. 프랑스를 공유하고, 유럽을 공유하며, 다양한 언어로 멋지게 노래했다는 점. 그리고 부드러움과 강함을 모두 보여준 디바라는 점이다.
글 / 이용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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