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영화] ‘판도라’ 시국과 맞물린 흥행 ‘시대를 위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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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판도라'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판도라’가 지난 7일 개봉 이후 15일째 연이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시국의 흐름을 타고 대한민국을 위로하고 있는 영화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판도라’는 지난 20일 하루 동안 전국 1134개의 스크린에서 13만 502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수는 338만 2086명이다.

‘판도라’는 강진에 이어 원전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사투를 거는 영화로, ‘재난영화’ ‘가족영화’로서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 재난 속에서도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재난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사투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들은 영웅이지만, 그보다 먼저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인 평범한 사람들이다. 대중들은 이런 주인공들을 사지로 내몬 (영화 속) 정부에 분노했다.

지난 8일 개최된 제1회 마카오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판도라’를 보고 심사위원인 배우 정우성은 “영화 속 기형적으로 자리 잡은 정부는 국민을 영웅으로 만든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전에도 재난영화는 많았다. ‘해운대’ ‘타워’ ‘감기’ 등 재난영화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스케일과 감동적인 드라마는 대한민국 대표 흥행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판도라’는 단순히 재난 영화로만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을 비롯해 현실적인 문제는 ‘판도라’를 영화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 대한민국은 1차로 재난으로 인해 무너지는데, 이후 국민들을 한 번 더 죽이는 것은 정부다. 원전 소장으로는 원자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다가 해결 방법을 제시해도 윗사람들은 아직 정부의 승인이 안 났다고 막는다. 대통령은 실세인 총리에게 막혀 실태 보고서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재난팀은 가장 안전한 곳이라며 주민들을 피난소에 몰아넣지만, 그곳은 여론을 통제하고 주민들을 관리하기 편한 곳일 뿐이다. 이렇게 ‘판도라’는 안전한 곳인 줄 알고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 무너진 컨트롤 타워로 인해 혼란에 빠져버린 대한민국의 모습은 스크린을 넘어 현실과 오버랩된다. 그래서 영화 속에 담긴 메시지는 가슴 속 깊숙이 박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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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NS

이에 정치권의 많은 국회의원들도 ‘판도라’ 관람에 합세했다. 먼저 지난 18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산에서 ‘판도라’를 관람했다. 상영 후 문 전 대표는 “국가가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 달라는 염원이 지금 촛불 민심 속에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시면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나라를 만들자는 다짐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재호 의원 등은 지난 14일 국회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이 주최한 ‘판도라’ 단체관람 행사에 참석했다. 박원순 시장은 “우리의 선택은 원전이 아니라 안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판도라’ VIP 시사회에 참석한 표창원 의원은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영화 속에 나오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정부 관료들의 모습이 실제로 재현되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일해야 되겠다는 경각심을 크게 얻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오는 23일 정의당에서도 ‘판도라’ 단체관람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토록 많은 관심을 보내는 것은 박재호 의원이 “문화는 위대하고 영화는 힘이 세다. 국회의원으로 늘 외친 일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이다. 판도라 영화 한 편이 국회의원 300명 몫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한 것처럼 많은 대중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흥행은 시국과 맞물린 결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판도라’ 측은 엔터온뉴스에 “기획단계에 의도한 건 아니지만 묘하게 시국과 맞아떨어졌다. 이 영화를 만든 입장으로서는 국민들이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의미 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