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MBC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2017년 ‘무한도전’ 달력을 보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달력 12장을 넘겨도 자신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달력 사진 속 비중은 해당 특집에서 메인이 됐던 멤버 순으로, 올 한 해 얼마나 활약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이기도 했다. 박명수는 “한 만큼 나온 것 같다”며 어느 정도 수긍을 했고, 김태호 PD는 “내년에는 좀 많이 나오지 않겠냐”고 그를 위로했다.
박명수가 겪은 서운함은 비단 예능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돌 세계에서 역시 활약과 인지도 등에 따라 결과물이 냉정하게 나뉜다. 더 나아가 특정 멤버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켜 다른 멤버에게까지 잔열이 퍼지도록 하는 방법은 신인 아이돌이 어떻게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최근에는 그룹 다이아가 내놓은 시즌 그리팅에 대해 미묘한 기운이 감지됐다. 다이아는 지난 17일 네이버 V라이브 방송을 통해 신년 달력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정채연이 한창 촬영 중인 현장도 공개됐다.
팬들은 댓글을 통해 자리에 없는 정채연의 이야기를 계속 물었고, 멤버들은 틈틈이 정채연을 언급하고 촬영 현장을 잠깐씩 비추며 소식을 전했다. 달력에 대해서는 “아주 소량으로 채연 양의 달력과 다이아의 달력이 제작된다”고 밝혔다.
시즌 그리팅 소식에 기뻐하는 팬들도 있었던 반면, ‘멤버 차별’이라며 우려하는 팬들도 있었다. 단체 달력도 제작되긴 하지만 한 명만 특별대우 해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앞서 최근 활동한 타이틀곡 ‘미스터 포터(Mr. Potter)’ 뮤직비디오에서는 정채연의 분량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티아라의 동생’으로 데뷔한 다이아는 별 주목받지 못하던 신인이었다. 하지만 정채연이 Mnet ‘프로듀스 101’에 출연해 아이오아이(I.O.I) 활동까지 펼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덕분에 비로소 팀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아직 다이아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한 상황이지만, 정채연의 활약과 동시에 대중들이 ‘다이아’라는 팀을 인지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이후 다이아는 JTBC ‘아는 형님’ ‘주간아이돌’ 등 인기 예능에 출연했다.
익숙한 래퍼토리는 카라의 한승연, 걸스데이의 민아, 미쓰에이(miss A)의 수지, 포미닛(4minute)의 현아, 블락비의 지코 등 많은 선배 그룹들이 거친 과정이다. 신인은 두말할 것 없다. 모모랜드의 낸시, 에이프릴의 진솔, 아스트로의 차은우 등이 그룹을 대표해 얼굴을 알리고 있다.
결과는 분명하게 나뉜다. 결국 혼자만 살아남거나, 멤버 개개인의 매력까지 어필해 인기그룹으로 거듭나거나.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이 전자의 길을 걸으며 후자의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다른 멤버들이 주목을 받는다고 해도 원톱 멤버를 따라잡기는 힘들다.
멤버 모두를 고루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한 일이다. 그룹 멤버들 또한 취해야 하는 태도가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멤버들 사이가 끈끈하다고 해도, 자신을 드러내고 돋보여야 하는 직업 특성상 ‘잘 나가는’ 멤버를 받아들인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과연 언제까지 자신을 내려놓고 다른 멤버를 응원할 수 있을까?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끝없는 기다림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H.O.T. 토니는 ‘라디오스타’에서 “나는 멤버들 중 5등이라고 생각하고 멤버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몇몇 그룹은 불화설에 시달렸고, 수익배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부담도 겪었다. 따로 또 같이 활동이 당연해지며 오히려 멤버 간 괴리가 점점 심해지기도 했다.
반대로 소속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이다. 아이돌 한 팀을 론칭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은 최소 수억 원대다.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흥행이 절실하다. 비주얼과 개성, 끼, 실력 등 다방면으로 출중한 아이돌 틈바구니에서 조금이라도 희망을 보려면 전략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멤버 한 명의 인지도와 인기를 위해서만 하는 선택은 아니다. 한 멤버를 통해 소속 그룹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는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이 부분을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하는가에 따라 좋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최대한 단축된 시간에 그룹과 멤버 모두의 인지도를 올리는 1석2조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고 짚었다.
결국 소속사도, 아이돌도, 팬도 그 누구도 잘못은 없다. 다만 소속사는 한 멤버가 밀고 다른 멤버들이 당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려는 배려가 필요하다. 동시에 각 멤버들 또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발전하며 준비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