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애플이 이동통신사에 요구한 광고비 규모를 확인하는 등 불공정행위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조사 결과는 새해 이동통신사와 애플 간 아이폰 판매 재계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사에 애플 불공정 행위 자료 제출을 공식 요청했다. 6월 이후 두 번째다.
자료에는 이통사가 부담한 아이폰 TV 광고비가 3년간 약 1000억원(3사 합산)에 이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애플이 이통사에 요구한 광고비가 자세히 드러난 건 처음이다.
이에 앞서 공정위가 이통사, 유통점 등으로부터 확보한 애플 불공정행위 자료에는 △아이폰 공시지원금 분담 거부 △대리점 판매대 설치비 전가 △아이폰 포스터 개수·부착 위치 사전 지정 △재고 보상 거부 △불량품 맞교환 거부 △아이폰 최소 발주 물량 설정 등이 들어 있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애플이 이통사와 불공정 계약을 맺은 사실을 다수 확인하고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자료 요청은 심사보고서에 누락된 항목이 없는지 추가 자료 확보를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는 내년 애플코리아와 아이폰 판매 계약을 앞두고 공정위 시정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플은 이통사와 아이폰 판매 계약을 3년마다 갱신하는데 새해 5월부터 이통사와 계약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불공정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가 새해 재계약 내용에 반영되지 못하면 악순환은 최소 3년 동안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애플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이통사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애플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발생되는 이통사 광고, 마케팅 등 부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아이폰 사용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애플의 불공정 행위는 신속히 뿌리 뽑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애플이 일절 대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 끌기 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코리아는 정부 자료 요청에 대비, 공식 대응 방침을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애플코리아는 공식 홈페이지 `정부 기관의 요청` 페이지를 통해 “(애플은) 정보 제공 요청을 받으면 먼저 소환장 또는 영장 등 적법한 법률 문서가 제시됐는지 확인한다”면서 “모든 요청은 합법인지 등 타당한 근거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특정 수사 대상에 해당돼 법 집행 기관에서 적법하게 획득 가능한 데이터에 대해서만 요청을 수락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애플코리아가 이 같은 방침을 내세운 이유는 공정위의 조사(자료 요청)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추론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