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 기반을 다졌던 CEO들이 해외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어 화제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본사에서도 요직을 맡게 된 것. 이를 통해 한국과의 인연이 이어지게 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을 떠났던 프랑수아 프로보(Fran〃ois Provost)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새해 1월 1일부로 르노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총괄 회장에 선임됐다. 르노 차이나 총괄 및 동펑르노자동차 사장으로 임명된 지 8개월 만이다. 프로보 사장은 질 노먼 르노그룹 아태 회장의 바통을 이어 아태지역 회장직과 둥펑르노 사장직을 겸임할 예정이다.
프로보 사장은 지난 2011년 9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난에 처해 있던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로 부임해 르노삼성의 부활을 이끌었다. 그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선 2013년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시켰으며 2014년부터 연간 8만대 물량의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ROGUE)를 생산하면서 부산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올해 빅히트를 친 중형세단 SM6 역시 프로보 사장의 주도하에 이뤄진 중장기 프로젝트다. 르노삼성의 성장과 함께 프로보 사장의 경영 능력도 인정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질 노먼 회장은 최근 방한해 자신의 후임 회장으로 프로보 사장이 내정됐다고 밝히면서 “내년에 프로보 사장이 총괄 회장으로서 한국에 방문해 새로운 아태 지역 비전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까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을 역임했던 브리타 제에거(Britta Seeger) 사장은 본사 요직을 맡게됐다. 새해 1월 1일부터 다임러 AG 이사회 멤버이자 새로운 메르세데스-벤츠 카 마케팅 & 세일즈 부문 총괄책임자에 선임된 것. 제에거 사장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지금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체제를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본사에서도 요직을 두루 거쳤던 그는 단기간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조직으로 변모시켰다. 딜러 간 출혈경쟁을 막고 프리미엄 마케팅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 사회공헌 조직을 만들고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 것도 그의 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터키 대표와 상용차 부문 총괄로 자리를 옮겼던 제에거 사장이 본사의 마케팅&세일즈 총괄 임원에 내정되면서 한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벤츠 S-클래스 마이바흐가 중국·미국에 이어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한국 시장에 맞는 본사 차원의 지원도 기대해 볼 만하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