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폐쇄적 R&D 위기감 높다"...미래차 분야 외부와 협력 ↑

현대자동차가 외부와의 연구개발(R&D)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폐쇄적인 독자 연구개발(R&D)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특히 이종업종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는 개발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11일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그동안 고집했던 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미래 자동차 시대로 전환되면서 내부 리소스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 대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외부 리소스를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은 커넥티드카·자율주행·친환경차 등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필요하게 됐다. 게다가 완성차 업체 하나로는 연구개발(R&D)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자끼리 플랫폼을 공유하고 협업모델까지 추진되는 게 최근 흐름이다.

수소전기차만 해도 토요타-BMW, 혼다-GM, 벤츠-르노닛산-포드 등의 제휴가 이어졌다. 현대차는 유독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추진하지 않은 채 독자 노선을 걸었다. 특히,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매출 5% 안팎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하는 중에도 2% 수준의 소극적인 R&D 투자로 난관에 부딪혔다. 그동안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세계 5위 자동차 기업의 자리까지 올랐으나, 더 이상 폐쇄적인 독자 개발로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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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지난 11월 LA 오토쇼에서 개방형 협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한 아이디어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LA오토쇼에서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데이브 주코브스키(Dave Zuchowski) 사장이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를 소개하는 모습

이를 극복하기 위해 커넥티드카 부문에서는 개방형 협력프로그램을 추진하고 글로벌 IT 업체들과의 제휴를 늘려가기로 했다. 다른 부문에서도 외부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규모를 키우고 협력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현대차는 시스코와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협의서`를 체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공모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험하는 등 개방형 협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기반 무료 카 셰어링 플랫폼 제공 스타트업 `웨이브카`,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해 원격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카` 등과 협업을 검토 중이다. 지난 여름에는 커넥티드카 관련 신규 아이디어 경쟁 대회인 `해커톤`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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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과 시스코 척 로빈스 CEO가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협의서(MOU)`를 체결했다.(왼쪽부터) 시스코 척 로빈스 CEO, 제임스 피터스(James Peters) 수석부사장, 현대자동차 차량지능화사업부 황승호 부사장, 정의선 부회장

커넥티드카 외 다른 부문에서도 외부 협력을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기술인재 양성과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현대엔지브이의 용역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산학협력 프로젝트와 인력양성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매출도 매년 증가했다.

2012년부터 지난 해까지 매출은 230억, 268억, 368억, 423억원 순으로 커졌다. 올 해 역시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서는 산학협력을 위해 현대차 연구원들이 직접 대학 연구소로 찾아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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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서울시와 커넥티드카 대응위한 `차량 IT 및 교통인프라` 협력키로 했다. 사진은 현대?기아차 의왕연구소 교통정보 관제센터에서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업체들이 협업을 하는 건만 따져도 수만건인데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가장 못하는 것이 바로 `협업`”이라면서 “협업에 따라 국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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