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기후체제를 환경선진국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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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어느덧 우리는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됐다. 지난해 지독한 가뭄에 이어 올해 한반도를 벌겋게 달군 108년 만의 폭염, 지난 100년 동안 10건뿐인 10월 태풍의 분석에서도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로 인한 발생`이라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이런 재난들은 점차 극심해지고 있는 기후변화가 이제 우리 생활 속 문제라는 것을 단면으로 보여 준다.

이런 깨달음에 앞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기후변화 논의는 훨씬 심각하다. 지난해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해야 할 10대 의제 가운데 하나로 기후변화를 선정했다. 이런 논의 끝에 마침내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전환점이 될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올해 모로코에서 열린 제22차 기후변화총회에서는 별다른 쟁점 없이 파리협정 이행에 대한 세부 작업 일정이 마련됐다.

파리협정은 선진국의 지구 온난화 역사에 대한 책임에 바탕을 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한 기존의 교토의정서 체제를 모든 국가에 적용하고, 각국이 자발 참여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꾀한다. 교토체제는 청정개발체제, 공동이행제도,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유연한 메커니즘 확립, 2008~2012년 1차 이행 기간에 1990년 대비 평균 온실가스 감축 목표 5.2%를 초과한 약 22%의 감축 성과를 이뤘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일방으로 선진국에 부여한 하향식 접근 방식 등으로 한계에 봉착했고, 결국 교토체제 실효성 비판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반해 파리 신기후체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세계 공동의 장기 목표를 설정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자국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발 결정하는 상향식 접근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또 온실가스 감축에만 한정된 교토체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감축, 적응, 재원, 기술, 역량 배양, 투명성이라는 6개 테마를 중심으로 내용과 절차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우리는 파리협정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교토체제에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음에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권고한 최고 수준의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특히 세계 유일의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국가 단위로는 아시아 최초로 시작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이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우리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 그러나 파리협정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9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의 야심 찬 목표만큼이나 현실성에 국제사회 우려가 존재하고, 국내로도 산업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신기후변화체제 대응과 적응을 위한 경제, 사회 구조의 전환은 우리에게 어려움만큼이나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기반을 두고 각 부처는 부처별 전문성을 살려 협정 이행에 집중하고, 각 경제 주체는 역할과 소임을 다해 나가야 한다. 한국환경공단도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 등을 운영한 경험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신기후체제 대응 준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환경 파괴 정도를 시간으로 빗댄 환경위기시계에 따르면 세계 환경 위기 시각은 9시 31분으로 `위험`을 가리키고 있다. 12시에 가까울수록 인류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지금이라도 전 세계가 파리협정으로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강화하고 공동의 노력을 한층 더 기울이기로 한 것은 새로운 희망의 빛을 던진다. 세계 각국과의 협력에 더해 우리나라는 더욱 적극 도전하는 자세로 우리 스스로 설정한 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혁신 대책으로 신기후체제를 환경 선진국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병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natureandi@k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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