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2일 오후 4시쯤 저 멀리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연락이 왔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주최하는 세계전기통신·정보통신기술(ICT)지수심포지엄(WTIS) 행사에서 `대한민국이 ICT 발전지수 1위를 차지했다`라는 소식이다. 지난 7년을 뒤돌아보면 2014년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이 계속 1위를 해 온 터여서 또 1위를 차지하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그동안 노력에 대한 보상이 1위로 다가와 반갑고 기뻤다.
한때 미국산 제품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가 어느 순간 소형이면서 고성능인 일본산 제품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필자는 과연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있었을 뿐이었는데 부단한 노력의 결과 현실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ICT 강국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2016년 WTIS 대표단으로 참석한 단원들의 말에 따르면 많은 개발도상국의 대한민국에 대한 부러움과 경외감이 컸으며, 그들에게 `위대한 대한민국(Great Korea)`이 지닌 노하우와 경험을 알려 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국가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상 소감 역시 ICT 발전 경험과 성과를 다른 국가들과 공유, 그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함께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는 의미있는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ICT 강국으로 인정받기까지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문화와 ICT가 잘 녹아 있는 것 같다. `빨리 빨리`라는 문화가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게 했고,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 이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 금융위기라는 국가 위기를 겪었지만 ICT를 바탕으로 어려움을 잘 극복했다.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ICT 제품 수출로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수출입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흑자를 이룬 것의 중심에 ICT 수출이 있었다. ICT 무역 흑자가 없었다면 ICT를 제외한 전 산업의 무역 수지는 적자를 나타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ICT를 경제 성장의 동력원으로 삼을 수밖에 없고, ICT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ICT 발전 지수 결과를 보면서 느낀 점은 ICT 강국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특정 분야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골고루 좋은 성적을 거둬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국가들을 보면 ICT 접근성, ICT 이용도, ICT 활용력 등 3개 가운데 2개 부문은 이미 정상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하나라도 뒤처진다면 정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은 3개 부문 모두 정상권에 있었다. 그러나 지속된 노력과 관심 없이는 1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점은 지난 몇 년 동안 미래부가 중점 고려해 추진한 사항이기도 하고, 그 결실이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ICT 강국의 면모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학·연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AI 등 새로운 기술이 신규 산업을 계속해서 창출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산·학·연의 생생한 협력 체계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대응하지 못하고 뒤처지게 될 것이다. 둘째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국가마다 자국의 이익 중심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고, 급기야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나 반(反)세계화를 내세우기도 한다. 이에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 간 실질 협력 관계의 정착이라고 본다. 또 국제기구에서 요청하는 사안에 대해 적극 참여하고 전략 대응이 필요하다.
1위를 목표로 달리는 것보다 정상을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1위를 위해 기본과 기초에 충실해야 하며, 외형보다 내실 측면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포함한 정부 차원의 제도 지원은 물론 민간 부문의 지속된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행복과 안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ICT 강국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정용환 KAIT 부회장 chyh@ka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