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전 세계적으로 부는 스마트시티 바람

“과거의 도시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 졌다면 미래의 도시는 아이디어에 의해 만들어 질 것이다. 그 도시가 스마트시티다.” - 영국 BBC 방송 중-

이제 `스마트`라는 이름이 붙지 않은 상품은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똑똑한 휴대폰인 스마트폰의 대중화 바람이 불면서 시작된 `스마트` 열풍은 거의 모든 상품에 까지도 미치고 있다. 스마트TV, 스마트자동차, 스마트교복 뿐만 아니라 스마트화장품도 등장한다. 물론 `스마트`의 개념은 다양하게 쓰인다.

Photo Image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인정받은 것은 1992년 미국 IBM이 만든 사이먼(Simon) 휴대폰이다. 이것은 달력, 주소록, 메모장, 이메일, 팩스, 계산기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일반 휴대폰과 달리 터치스크린 방식과 같은 외부적 요소에서부터 OS를 탑재한 기기다. 그러나 소비자의 인기를 끌지 못해 5만여대 판매로 막을 내렸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으로 불리지 않았다. 이 용어는 나중에 붙인 이름이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주요 도시의 공공기능을 네트워크화한 이른바 똑똑한 도시다. 기획, 설계,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한 융·복합 도시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미래형 첨단도시로 교통, 환경, 주거, 시설 등 일상생활에서 대두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CT와 친환경에너지를 도입해 시민들이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미래형 도시다.

모바일 시대를 지나 사물인터넷 시대가 이미 우리 삶에 자리 잡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사람과 주변 사물들이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정보를 상호 수집, 공유하며 통신하는 인터넷 환경을 의미한다. 가전제품,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원격 검침, 스마트 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고 제어한다. 이러한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도시 구석구석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모으고 공유하고 모든 서비스와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취지다.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스마트시티 열풍의 배경에는 도시화의 확산과 인구의 증가가 있다. 특히 도시인구의 급증으로 교통난, 에너지 부족 등의 문제들이 증가하고 있다. 1960년대 전 세계 인구는 30억명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70억명으로 늘어나 23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도시거주 인구는 약 10억명에서 35억명으로 늘어나 350%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인구 대국인 인도, 중국 등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도시화가 급속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2011년 도시거주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으며, 인도는 2050년경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UN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3억에 이를 전망이다. 이 때 전 세계 도시인구는 50%를 넘어선다.

이처럼 글로벌 도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도시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인도, 중국과 같은 신흥국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주택, 교통, 공해, 에너지 등 도시문제가 증가하는 추세다. 신흥국은 농촌 인구가 많고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민 삶의 질 개선과 고용창출 등을 위해 도시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의 급속한 도시화는 교통난, 에너지 부족만이 아니라 실업, 범죄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을 야기 시키고 있다.

선진국도 경우는 다르지만 스마트시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유럽, 북미 등은 노후 도시들의 경쟁력 제고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도시환경 개선이 필수적인 상태다. 선진국은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어 전반적인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도시환경의 지속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의 도시인구 비중은 80% 이상이며 특히 우리나라 도시 인구비율은 90%를 넘어서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세계 스마트시티 건설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만 해도 608개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84%를 중국, 미국, 일본,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시장 전문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동안 인구 30만 명 이상의 신도시가 250개 생기고,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1조1000억달러(약 12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시티가 범지구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미국, EU, 중국 등이 IBM, 시스코, 슈나이더일렉트릭, 지멘스 등 자국 기업들과 함께 수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도시역사와 앞선 ICT기술이 스마트시티 수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년 이상 점차 다운타운과 외곽 전원도시로 발전한 외국과 다르다. 또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반부터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해 반도체, 국산전전자교환기(TDX) 등에서 성공했다. 특히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망 인프라가 구축되는 등 인프라 연계 분야도 앞서 있다. 유럽이나 미국은 주로 임대주택 모델인데 반해, 우리의 핵심 주거 인프라는 아파트라는 것도 이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스마트시티(U-City)에 대한 개념을 확립하고 전국 규모의 스마트시티 구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경기침체, 수요자 중심의 채산성 있는 사업모델 부재 등으로 기업 및 국민의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건설 인프라의 강점을 기반으로 해외 건설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등 최근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 스마트시티 진출 러시를 주도하는 기업은 IT기업체들이다. IBM, 시스코 등 미국 주요 IT기업들은 데이터분석, IoT 등을 통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찍이 스마트시티 분야에 진출한 IBM과 시스코는 이 분야에서 기업순위 1, 2위를 다투며 리더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시스코는 인구 100만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에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내용의 `밀리언 프로젝트(Million Project)`를 통해 중국, 인도, 중동 등지에 진출하고 있다. 지멘스, 히타치, 엑센추어 등의 주요 기업들도 스마트시티 기업 2위 그룹을 형성하며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 : 김형근 과학칼럼니스트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