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구 인력 양성… 핵융합 글로벌 리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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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국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연구부센터장

지난 가을에 열린 두 차례 국제학회는 국내 핵융합 연구계에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먼저 10월 중순에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핵융합 분야 최대 학회인 `제26차 IAEA 핵융합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 초전도핵융합장치(KSTAR)의 물리 연구 성과 및 수준이 기존 연구 수준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1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최된 `제58회 미국물리학회 플라즈마 분과 모임`에서는 국내 KSTAR 실험을 주제로 한 별도의 발표 세션이 구성됐다. 이는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의 국제 위상과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단편 사례다.

KSTAR 세션에 참석한 미국 내 연구자들은 KSTAR에서 한국 핵융합 연구에 많은 발전이 있었음을 놀라워 하면서 앞으로 KSTAR 실험에 좀 더 참여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보내 왔다.

핵융합은 인류가 당면한 에너지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에너지원이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의 엄청난 파급력뿐만 아니라 각종 복합 첨단 연구 과정에서 나오는 기술에도 기대가 크다. 첨단 연구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중심국이 됐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가 간 과학 기술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력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잠복돼 있다. 우리나라 핵융합을 비롯한 과학 기술 발전에서 `인력 수급` 문제는 강력한 위협 요소로 떠오른다.

과학 연구, 특히 핵융합을 비롯한 거대과학 연구에서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 과학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소수의 뛰어난 연구진이 전력투구해 대한민국 과학 발전을 이끌어 왔지만 예산과 인력 규모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거대과학 연구에서는 점점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탄탄한 인력을 기반으로 급격한 과학 발전을 이룬 중국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연구진을 투입, 유인 우주선 선저우 11호를 발사하고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2호와의 도킹에도 성공했다. 핵융합 연구 측면에서도 스케일이 다르다. 우리나라 KSTAR와 비교했을 때 핵융합 장치 기술력이 높지 않음에도 미래 핵융합 기술을 이끌겠다는 의지로 60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 핵융합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KSTAR 프로젝트에 소속된 연구원, 기술원은 고작 100여명이다. 외국은 규모가 작은 핵융합 기초연구 장치에 평균 100여명, 대형 프로젝트에 400여명이 투입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다소 후발 주자로 핵융합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연구진은 끈기와 열정을 발휘해 국내 기술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라는 KSTAR 개발에 성공, 연구진의 밤낮 없는 열정으로 선진 기술 보유국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앞으로 핵융합 상용화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 투자는 필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즈마를 실험, 분석, 컴퓨터 모델링하는 과정은 인력 투입 만큼의 성과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거대과학 연구에 원맨쇼는 없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핵융합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력 양성에 대한 인식 강화가 절대다. 정부는 연구자의 처우 개선과 예산 지원에 힘을 보태고, 국민들도 연구 인력 양성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이 막대한 수익 창출이 전망되는 핵융합 발전을 이끌고 글로벌 경제를 이끌 날이 올 것이다.

오영국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 연구부센터장 ykoh@nf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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