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당정 태스크포스(TF)가 기존의 6단계 구간 최대 11.7배에 이르는 누진율을 3단계, 3배 이하로 낮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안을 내놓았다. 겨울 한파가 불어닥치기 전에 개선안이 나온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이 개편안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아쉬움이 남는 사람도 있다. 몇 년 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전기요금 체계의 변화를 끌어낸 것만큼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한국전력공사가 제시한 단일요금 체계를 그대로 따르기만 하던 전력판매 시장에서 소비자 주도의 변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이다. 누진제 개편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산업용 요금 인상, 교육용 요금 정산체계 개선, 연료비연동제 도입, 전기요금제 상품 다양화 등은 누진제 논란와 함께 불거진 문제다. 당정 TF는 당장 다가올 겨울철에 대비해 누진제 개편안을 우선 발표했지만 나머지 이슈도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라는 큰 줄기에서 계속 챙겨야 할 일이다.
전기요금제 상품 다양화는 소비자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계속 고민돼야 한다. 당장 지능형 검침 인프라가 필요한 시간별·계시별 요금제나 통신 상품과 패키지로 파는 결합상품 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요금제 납부일 선택이나 기간별 납부, 선납금 제도, 사용량별 계약 등만 활용해도 다양한 상품이 나올수 있다. 소비자 선택권도 높아질 수 있다.
연료비연동제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전기요금이 세금이 아닌 시장에서 상품 구매에 따른 시장 요금이 되려면 그때그때 원가에 따른 유연한 가격 변동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누진제 하나를 고치기 위해 3개월을 고민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누진제 문제는 시작부터 갈등이 많았다. 그만큼 전기요금에 쏟아진 국민의 불만도 컸지만 정부의 고집도 강했다. 이 논란은 아직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숙제가 남아 있다. 지금의 갈등은 좀 더 유연하고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