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사상 최대 실적 앞둔 정유업계, 내년 준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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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3분기에 휘청하던 정유업계가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한 고지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8월에 글로벌 정제 설비 가동률이 치솟으면서 정제 마진이 추락했다. 극단의 상고하저 흐름을 보인 지난해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4분기에 완전히 회복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한 순항을 이어 간다. 정유업계의 시선은 벌써 내년을 향해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 국제 에너지 시장 흐름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간 감산 합의 등 굵직한 이슈도 산적해 있다. 업계는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을 헤쳐 나갈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올해 새 역사를 쓰는 업계

정유 4사가 연간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릴 가능성도 엿보인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 총합이 5조6862억원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이 2조3792억원, GS칼텍스가 1조4094억원을 각각 벌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조2489억원, 648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총액 4조7321억원은 이미 상반기에 넘어섰다. 관심은 역대 최대인 2011년의 영업이익을 넘어서느냐다. 새로운 기록을 쓸 것이 확실시된다.

2011년 정유 4사는 총 6조8135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총합이 1조1273억원을 넘기면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한다. 올해 가장 부진 실적을 보인 3분기 영업이익은 9822억원이다. 4분기 실적은 이를 웃돌 것이 유력하다. 정제 마진을 비롯한 시황이 3분기 대비 극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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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제마진 추이. 미래에셋 증권

정제 마진은 3분기에 2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정제 마진은 원유와 석유 제품 판가 차이다. 정유사의 수익을 가늠하는 제1 지표다. 통상 배럴당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3분기는 사실상 수익을 남기지 못했다. 상반기의 호황으로 가동률이 상승하자 중국 중심으로 중소 정제 시설 가동률이 급등하면서 공급이 과잉, 정제 마진이 급락했다.

4분기는 정반대다. 정제 마진이 급락하자 경쟁력 없는 소형 정제 시설 가동률이 다시 떨어졌고, 중국·미국 정유업계의 정기 보수가 이어지면서 석유 제품 공급이 줄었다. 일본, 호주, 유럽의 노후 정유 설비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정제 마진은 다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달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배럴당 8달러를 넘어섰다. 8달러 고지를 회복한 것은 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4달러 후반에서 출발한 정제 마진은 4주 연속 상승했다. 이달 초 8달러를 회복한 데 이어 9달러대를 넘보고 있다. 한 달 동안 거의 갑절 가까이 상승했다. 1월의 배럴당 10달러를 정점으로 3분기까지 지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번 분기에 강한 반등세로 돌아섰다. 휘발유, 경유 공급이 모두 달리는 데다 난방유 수요가 늘기 시작하기 때문에 정제 마진 강세의 지속될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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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의 시황도 큰 변동 없이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의 화학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파라자일렌(PX)의 시세는 연중 강세다. PX스프레드(마진)는 현재 톤당 400달러 안팎이다. 2013년 연간 평균 스프레드가 톤당 550달러로 올라섰다가 2014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200달러까지 하락했다. 올해 수요가 늘고 글로벌 PX 설비 가동 문제로 가격 상승이 상승, 좋은 흐름을 보인다. 상황을 감안하면 정유업계의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보인다.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조9000억원, 2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4분기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만 넘어서면 한 번도 밟지 못한 7조원대 고지에 올라선다.

◇2017년 지표는 좋지만 변동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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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의 내년 시황은 올해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제 마진 등 영업 지표는 강세를 이어 갈 가능성이 짙다. 하나금융투자는 글로벌 정제 설비 가동률이 2014년 80.4%를 바닥으로 2018년 83.2%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글로벌 원유정제설비(CDU) 증설은 하루 70만~110만배럴에 그치지만 수요 증가분은 이보다 많은 하루 120만~130만배럴로 예상했다. 공급 부족으로 정제 마진은 강세를 이어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계 수급 상황과 정제 마진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감안할 때 내년 정제 마진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변동성은 올해 대비 훨씬 커질 전망이다. 중국 메이저 업체의 낮은 가동률이 언제든지 상승, 석유 제품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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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 석유 생산·소비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가 내세운 에너지 분야 공약의 핵심은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통한 에너지 자급화`다. 원유 생산·소비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 원유 가격이 다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짙다. 유가 하락은 정유 마진의 일시 상승을 불러일으키지만 장기화되면 정유업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크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아직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OPEC 회원국 간 감산 협의도 점차 방향성이 희미해지면서 업계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4일 “원유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행보에 따라 내년 유가, 정제 마진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이 전통으로 `친`정유 정책을 펼쳐 왔지만 지금처럼 공급 과잉 상황에서 생산을 늘리고 에너지 정책에 많은 수정을 가한다면 내년 상황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각사 종합>

자료:각사 종합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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