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스무 살의 기로에서 곽동연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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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 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올해 스무 살을 맞은 배우 곽동연은 스무 살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스무 살이었다.

곽동연은 2014년 출연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18살, 최연소 무지개라이브 회원임에도 불구하고 속 깊은 ‘애어른’ 모습을 보여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2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그러면서도 아주 슬며시, 그 나이다운 패기와 풋풋함을 보여줬다.

◇ ‘갓병연’이 탄생하기까지

곽동연이 종영 드라마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에서 연기했던 김병연은 곽동연의 두 가지 면모를 모두 지니고 있는 캐릭터였다. 김병연은 극중 이영(박보검 분)의 죽마고우이자 호위무사로, 진중하고 과묵한 성격과 동시에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귀여움을 갖췄다.

자신의 이미지와 비슷한 캐릭터여서 그런지 극중 곽동연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높은 시청률 버프까지 받아 ‘갓병연’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스무 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손색없이 훌륭했다.

“감사한 마음이 커요.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전 운을 몰아 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항상 운이 좋은 편이에요. 경력이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오래 쉬어본 적도 없고, 행운이 늘 함께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운도 실력이라고 했다. 곽동연은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후 쉴 틈 없이 크고 작은 역할을 소화하며 부지런히 실력을 쌓고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 역시 꼼꼼하게 캐릭터를 분석하며 곽동연에서 김병연이 되어갔다.

“병연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성격을 가졌을까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감독님은 표정이 얼굴에 잘 안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영이한테 10년 동안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던 병연인데, 표정을 못 숨기면 ‘그동안 어떻게 비밀을 지켜왔을까?’하고 설득력이 떨어지잖아요. 그런 걸 보면 병연이는 단단한 인물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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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드라마에서 돋보였던 모습은 단연 곽동연의 무술이다. 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호위무사다운 든든한 매력을 어필했다. 원래 몸 쓰는 걸 좋아한다던 곽동연은 유려한 칼놀림을 위해 곽동연은 액션스쿨을 다니며 기본기를 다졌다. 촬영하며 위험한 적은 없었지만 사고의 가능성을 늘 유념하고 조심했다.

“액션을 하는 캐릭터와 제 실제 성격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전 세심하고 서정적인 걸 좋아하면서도 남성성이 드러나는 분위기도 있거든요. 몸을 지치게 만들고 난 뒤 피곤한 발걸음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또 결과물을 봤을 때 평소 보지 못한 내 모습으로 기억되는 게 기뻐요.”

이렇게 드라마에서 맡은 바를 다하다 보니 박보검과 김유정의 멜로신도 전혀 부럽지 않았다. 물론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는 입장이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보여주는데 있어 곽동연은 사뭇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액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사랑은 모두가 하고 있고, 알고 있는 감정이잖아요. 그래서 더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멜로를 찍는다면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선의 연애감정이었으면 좋겠어요.”

곽동연은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물론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렇게 남길 수 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추가됐다면 재밌었을 것 같은 장면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백운회와 영이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영이 쪽으로 기울였는데, 병연이가 완전히 백운회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다가 다시 영이에게 돌아왔으면 했다. 이야기가 더 드라마틱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작품에 아쉬운 점이 있다곤 했지만, 느끼고 배운 점도 많았고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병연이를 연기하면서 이전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다양한 성격들을 경험했고, 좀 더 디테일한 연기를 위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연기를 할수록 이해가 안됐던 것들을 점점 깨우쳐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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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동연이 지켜나갈 솔직함

곽동연은 연기를 통해 세상을 배워가고 있었고, 안 그래도 깊은 속내는 더욱 성숙해지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 표현 하나, 생각 하나에 감탄하게 됐고 “나이답지 않다”는 말을 계속 하게 됐다.

“연기하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어른들과 같이 작업하고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 살아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애정결핍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 청소년기에 받아야 할 가족의 사랑을 잘 못 느끼기도 했고요.”

곽동연은 솔직했다. 어떻게 보면 아픈 구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꽤나 덤덤하게 말했고, “오히려 그런 부분이 연기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솔직한 게 연기적으로나 스스로나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해요. 어떤 상황 때문에 제 의견이나 추구하는 바를 감춰야할 때는 그러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발버둥 쳐요. 들이받더라도 매사에 떳떳하고 싶거든요. 스스로 창피한 것도 싫고요.”

곽동연의 솔직함은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것만 털어놓는 이기심이 아니었다. 되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집을 지켜가며 그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는 자신감이었다.

“물론 솔직한 성격 탓에 포기하는 부분도 생기겠지만, 좁쌀만큼이라도 남기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그것들이 모여 결국에는 성장하는 저를 만들 거고, 생각의 깊이를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 당장은 확고한 생각이지만 언제 변할지 몰라요. 시간이 흐르며 어떤 생각은 저만의 틀을 나가고 들어오고, 변형될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큰 틀은 유지가 됐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작정 솔직함이 능사가 아닐 때도 있다. 그래서 “솔직한 성격으로 힘들 때도 생기지 않을까”라고 물었더니, 곽동연은 유연한 현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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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이기에 자신을 살펴보는 일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해도, 자신의 성격을 나름대로 정의하고, 변화해야하는 것과 지켜야할 것을 구분할 정도면 하루 이틀 생각했던 게 아니다. 꾸준히 자신을 고찰하고 깊은 생각들을 거듭해야 나오는 것들이기에 곽동연은 어른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 스무 살 곽동연의 시선

너무 진지하고 속이 깊어 조금은 다가기 어려울 것 같던 곽동연. 스무 살이 되고 가장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는 “쉬는 날에 술을 먹으러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 초에 술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막 먹었어요. 제 주사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스무 살이 되면 세상이 바뀔 것 같았는데, 그거 말고는 없더라고요.”

소주 2병이 주량이라던 곽동연은 술을 마실 때 나오는 행동들을 설명하며 크게 웃어보였다. 주로 노는 장소를 물어보니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으로 피해 다닌다”며 너스레도 떨었다. 그제야 ‘아, 곽동연에게 여느 스무 살과 비슷한 생각도 있구나’ 싶었다. 원래 성격도 딱히 낯을 잘 가리지 않고 이야기도 잘 하는 편이란다.

“가지고 있는 취미도 다양해요. 낚시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해요. 사진은 지방촬영 갈 때마다 예쁜 곳들이 많은데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우게 됐어요. 주변에 스틸 찍어주시는 분들도 있고 하니 보다 쉽게 배울 수 있었어요.”

현재 가지고 있는 장비는 바디 하나와 렌즈 3개.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딱 적당한 게 곽동연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 했다. 결과물 역시 곽동연을 꼭 닮아있을 듯 했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인물 사진은 잘 못 찍겠더라고요. 피사체가 찍힌다는 걸 의식하게 되니,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편안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한데 어려워요. 주로 풍경사진을 많이 찍는데 남들이 스쳐지나갈 법 한 것들, 잘 안 찍는 것들을 담아요. 꼭 예쁜 모습이나 생명이 아니더라도 사연이 느껴지는 것들이 분명 있거든요. 조악한 풍경에서 느껴지는 희망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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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연은 가끔씩 SNS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감성을 공유한다. 그는 “재미있는 게, 예를 들어 당시 제가 우울한 상태이고 피사체도 내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아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은 그걸 보고 멋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와 다른 해석을 하는 게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 오늘도 내일도, 지금처럼만

곽동연과 연기, 그리고 사진은 어떤 지점에서 하나로 관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곽동연의 생각과 마음은 연기와 사진에 담기고, 다양한 해석들을 통해 또 다시 곽동연은 성장한다. 계속해서 달려온 그처럼 부지런히 말이다.

“뛰면서도 뒤를 돌아볼 수 있잖아요. 아직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든 아예 관심을 놓으면 감을 잃는 게 두려워요. 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걸 확실히 알고 있고 지키는 편이라, 지금 하는 것들은 좋아하는 것들이거든요. 그러니 멈추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도 사람인지라 순간 ‘잠깐만’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다. 그럴 땐 바로 해결책을 마련한단다. 이전에도 부산을 다녀왔는데, 떠나는 것 자체가 해결책이라는 게 아니라 해결책을 모르니 떠나보는 거란다. 얽매여 있기 싫으니 아무것도 모른 곳으로 떠나 환기를 시키는 것이다.

“스무 살은 너무 과분할 정도로 알차게 보냈고 감사한 시간들이었어요. 일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사람 관계도 많이 발전했고, 자신을 봤을 때도 좀 더 성숙해진 것 같기도 해요. 내년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곽동연은 만족스러운 2016년을 보냈고, 무사히 스무 살을 지나고 있었다. 인터뷰 말미,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에는 무엇을 할 예정이냐고 물어보니 두 가지 대답을 내놨다. 스무 살이 아닌 곽동연은 “현재 영화 촬영을 하고 있어서 문제없이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 같다. 지금처럼만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무 살 곽동연의 대답은 역시나 웃음이 빵 터지는 솔직함이었다.

“술 먹고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는 ‘구르미’ 감독님이랑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어서 같이 술을 먹었거든요. 남자 둘이서... 그런데 이제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러지 않을 거예요! 하하”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