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미디어 업계가 정국의 혼란상처럼 혼돈의 연속이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방송 경영 환경에 처해진 경우는 없었다.
지상파와 유료 방송, 뉴미디어가 광고라는 일용 양식을 놓고 지금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생존을 위한 시장 쟁탈과 정책 경합을 치열하게 벌인 적은 없다.
지난해 광고 총량제에 이어 이번에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둘러싸고 공방이 치열하다.
방송 미디어 업계의 가장 큰 생존 재원은 광고 수입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인터넷(IP)TV는 가입자라는 별도의 재원이 주력인 데 비해 지상파와 유료방송 채널사용사업자(PP)는 광고 매출이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그해의 경영 실적은 광고 매출 기복에 따라 좌우된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급성장에 따라 줄어든 방송광고 시장의 파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제로섬 게임에서 약자는 늘 서럽고 힘들다.
정책 변화에 따라 광고 시장이 널뛰기를 하는 방송업계는 정부의 손짓, 입김 하나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지상파에 중간광고 허용을 내비치면서 유료방송은 물론 신문업계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나친 편파 정책이라는 것이다.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약 1300억원이 지상파로 더 쏠릴 것이란 계산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업계의 균형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공평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고 하겠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지상파방송 우선 지원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민영 미디어렙 허용과 광고 규제 품목 완화 및 심야방송 허용, 지난해 9월에는 광고 총량제 도입을 허용하는 등 지상파 방송의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앞장섰다. 그 사이 유료방송이 받은 혜택은 가상·간접광고 허용이 거의 유일하다.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기존 시장의 파이가 또 줄어들까 모두가 걱정이다.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은 공영 공익성을 앞세우고 있는 지상파방송이 시청자에게 한 기존의 약속을 깨는 일이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깰 때는 그 이유와 명분이 분명하고 합당해야 하며,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투명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정책이라면 또 다른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상파방송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개선과 제작비, 인건비 절감 등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상파 이익 중심의 정부 정책에 대해 여타 방송업계의 불만은 이제 거의 폭발 직전에 이르고 있다.
선결돼야 할 지상파방송의 공·민영 역할 분담과 방송 구조 개편, 시청권 보호, 방송의 공공성 훼손 방지, 업계 균형 발전을 위한 비대칭 규제 등 과제와 구호는 이제는 사치스러운 단어로 여겨질 만큼 유료방송의 현실은 각박해지고 있다.
차제에 지상파가 아닌 다른 방송채널사용자에 대한 지원도 검토돼야 한다. 그동안 숙원처럼 여기고 있는 큐톤 광고 문제의 해결, 의료와 의약품 등 방송광고 금지 품목의 일부 규제 완화, 캐릭터 광고와 공익광고 규제 완화 등 유료방송채널사업자를 위한 신규 광고 시장 확대 등도 함께 추진돼야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도입에 따른 관련 업계의 피해와 후유증을 그나마 일부 줄일 수 있다.
하동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장 hadong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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