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신형 그랜저에 자체 개발한 국제표준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처음으로 탑재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시작으로 자체 SW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달 중순에 출시하는 신형 그랜저에는 오토사(AUTOSAR) 규격으로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보디·섀시 제어 SW 플랫폼이 채택됐다.
오토사는 개방형 자동차 표준 SW 아키텍처다. 토요타, BMW, GM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모두 이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등 사실상 자동차 임베디드 SW의 국제 표준이다. 표준 플랫폼을 채택하면 이에 기반을 두고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 SW를 적용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진다. 개발 기간이 단축되고 품질 검증도 쉬워지기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표준 플랫폼을 채택하고 있다.
프리미엄 자동차는 코딩 라인 수가 1억이 넘어설 정도로 SW 비중이 높아지고 복잡해졌다. 이는 비행기의 열 배가 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표준 규격 플랫폼 개발이 필수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4년 전부터 오토사 플랫폼 개발을 시작, 그랜저 보디 제어에 자체 SW를 처음 적용했다.
플랫폼은 크게 보디·섀시, 파워트레인 분야로 나뉜다. 보디·섀시 제어는 타이어압력감지시스템(TPMS), 차체자세제어장치(ESC), 긴급제동시스템(AEB) 등 안전과 관련된 기능들을 포함한다. 파워트레인 분야는 내연기관과 전력기반으로 나뉜다.
현대차는 이번 신형 그랜저에 보디·섀시용 플랫폼에 국산 플랫폼을 장착했다. 다른 차종으로의 확대는 물론 수년 내 파워트레인용 SW 플랫폼도 국산화할 계획이다.
업계는 신형 그랜저에 고급차에 적용하던 여러 첨단 안전 기능이 채택된 것도 국산 SW 플랫폼의 영향으로 분석한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지능형 안전기술 브랜드 `현대 스마트 센스`를 처음 적용했고, 이를 전 차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 스마트 센스`는 AEB,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후측방충돌회피지원시스템(ABSD) 등 다양한 기술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3일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다소 큰 비용 부담 없이 고급차에 적용되는 첨단제어 기능이 그랜저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중형이나 준중형 등 전체 차종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국산화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SW 플랫폼 개발은 최근 현대차그룹이 SW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차량정보기술(IT)개발센터 내 인포테인먼트SW 개발팀을 신설하고 커넥티드카용 운용체계(OS)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차량용 SW 플랫폼 독자 구축에 힘쓰고 있다”면서 “이에 바탕을 두고 고품질 및 신뢰성을 확보한 서비스를 개발, 기술 선도 입지를 공고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