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4차 산업혁명`의 저자이자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가 방한했다. 최근 그가 화두로 던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 세계가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차세대 산업혁명을 이른다. 이전까지의 정보·지식 기반 산업보다 지능화 및 고도화된 이 산업의 핵심은 `빠른 변화 속도`다.
세계 에너지 시장 역시 급변하고 있다. ICT 도입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에 따라 자기가 발전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전력 프로슈머가 등장하고 스마트그리드가 확산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조 시스템의 스마트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애플과 같은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나 전력소비 효율화사업에 투자하고,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전기자동차를 내놓으며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든 테슬라는 최근 태양광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해 세상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개발한 클라우드 플랫폼 프레딕스(Predix)는 풍력발전단지에서 전력 수요 예측 및 설비 성능의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그야말로 생각하는 기계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ICT 기술력이 우수하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비춰볼 때 이런 변화의 흐름은 새롭게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천재일우가 될 수 있다. 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과거의 제도 관리 및 규제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과감한 규제 완화, 신시장 창출 등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한 때다.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IoT를 적용한 1만개 공장의 스마트화 추진과 함께 제로에너지빌딩,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신산업에 42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 산업의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해 관련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투자와 시장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도 효율 등급 등 에너지 효율 제도를 기술 개발 상황에 맞게 리드하고,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및 ESS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며, 에너지 데이터의 개방 및 공유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에너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산업 변혁 속에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기울이고 있다.
지난 27일 한 해 동안 산업·건물·가정 등 각 분야에서 에너지 절약 실천과 에너지 효율 사용에 기여한 유공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에너지효율대상 시상이 있었다. 국내 초고층 건축물에 ICT를 활용한 BEMS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도입한 A사, 스마트그리드 연동형 통합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B사, 가정용 IoT 에너지미터를 보급한 C사 등 에너지 분야에 4차 산업을 융합한 기업들의 공적이 주목을 끌었다.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도전이 더욱 기대된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빠른 속도로 우리를 급습하고 있는 변화 속에서 정부와 기업이 세계 에너지 시장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민한 소통 및 협력으로 헤쳐 나가는 절전지훈(折箭之訓)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nhkang@energ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