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공중파 TV에서 방영한 창업경진대회를 봤다. 6000개 이상의 팀이 참가한 가운데 오디션 방식으로 최종 우승자를 뽑아 1등 2억원을 비롯해 총 상금 6억원을 창업자금으로 지원했다. 상금이나 참가 팀의 숫자 측면에서 보면 규모가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우선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됐다. 행사에 참여한 정부 부처가 4개나 됐다. 그동안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이 주도해 왔다. 이 행사에는 교육부와 국방부가 참여,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각 부처가 별도 창업경진대회를 마련해 산발 추진을 하다 보면 특정인 중복 지원이나 각기 다른 선정 기준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4개 부처 행사 공동 개최는 이 같은 문제 해소는 물론 부처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대회 저 대회 참가를 준비해야 하던 참가자들도 큰 대회 하나에 집중함으로써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동안 학업과 국방에 주력해 온 교육부와 국방부가 참여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과 군인은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이 창업에 무게를 두는 사례가 늘고, 체계화한 창업 교육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과 군인의 급증이 뚜렷한 것은 희망을 주는 일이다. 행사에서 톱20 안에 역량있는 대학생과 군인이 포함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학 창업 교육과 창업 문화 활성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학은 학생이 재학 중에 다양한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창업 친화형 학사제도 운영으로 자신의 진로 결정에 창업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정부 지원책도 외형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2012년 처음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 사업 시작 이후 그전까지 모두 61개이던 대학교 내 창업교육 전담조직(이하 창업교육센터)이 2015년 말 모두 186개로 늘었다. 2012년 3050개이던 창업 강좌 수도 2015년 4355개로 늘었다. 또 2015년 창업동아리 수는 4000개에 이르고, 창업휴학제를 실시하는 대학이 170개나 된다.
그동안 대학생 창업과 관련해 창업 강좌로 대표되는 정규 교과와 창업캠프, 경진대회 등 비정규 교과 개설 방법으로 기본 환경을 조성했다. 이제부터는 대학 특성과 지역 사회와의 연계로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알찬 창업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창업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기업가 정신과 아이디어 발굴 등에 중심을 둔 교육집중형, 대학 내 창업 인식과 도전에 도움되는 문화 조성에 초점을 맞춘 문화확산형,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제품 제작 및 사업화 지원까지 실전 창업을 지향하는 창업실전형 등 다양한 형태의 창업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 모델이 자리 잡아 가기를 바란다.
대학을 중심으로 각 부처의 긴밀한 협력도 이뤄졌으면 한다. 이번 창업경진대회는 우수 창업자 선발에 그치지 않고 멘토링, 마케팅 등 후속 지원까지 각 부처 사업이 연계되도록 추진된다고 들었다. 중기청 창업선도대학, 미래부 창조경제혁신센터, 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 등이 힘을 합쳐 스타트업에서부터 기업 역량을 높여 주는 `스케일업(Scale-up)`까지 단절없는 창업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앞으로 더 많은 정부 부처가 참여하고 자신의 전문 영역을 기반으로 하는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부가해 준다면 창업경진대회 행사는 효율 높은 창업 지원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새로운 성장 동력이 요구되는 지금 학생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키는 기업가형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 구현을 위한 대학과 다양한 주체 간의 논의 및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윤석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미래인재양성팀장 phil@koe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