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1번째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10일 간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69개국 299편이 상영됐으며, 16만 5149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초청 규모는 지난해 75개국 302편으로 비슷하지만, 역대 최다 관객이 모였던 지난해 총 관객수는 22만 명에 비해 약 6만 명이 감소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레드카펫과 배우 설경구-한효주가 사회를 맡은 개막식으로 축제의 막을 열었다. 그동안 레드카펫에서 여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가 주목을 받은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지하는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주목을 받았다. 배우 김의성은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라는 피켓을 들고 나타났고, 정지영 감독은 ’I Support Biff', 'I Support Mr. Lee'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등장했다. 개막작 ‘춘몽’의 주연배우로 출연한 양익준 감독도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표현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들은 부산 지역 젊은 예술인들과 합작해 ‘아이 서포트 비프’ 조형물을 비프힐 광장에 세웠고, 9일에는 ‘갑론을박: BIFF 사태를 돌아본다’, 12일에는 제11회 영산법률포럼 ‘영화, 표현의 자유를 말하다‘와 ‘위기의 문화: BIFF 사태를 통해 본 한국문화사회의 위기’를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의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 쟁취를 위한 기나긴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했고, 직접 영화제를 찾음으로써 의미를 더했다. 이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의 독립성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며 영화제의 근본임을 보여주었다”라고 전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악재가 겹친 영화제다. 2년 전 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부산시와 갈등을 겪으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 외압을 반대하며 보이콧을 했고, 이번 영화제의 개최 여부조차 불확실했다. 겨우 영화제를 두 달 앞둔 7월에 정관개정과 민간 이사장체제를 갖추었지만, 절반 이상의 영화인들이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 영화제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여기에 영화제가 치러지기 얼마 전, 경남 지역에서 지진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부산을 찾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영화제 하루 전에는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영화제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해운대 일대의 비프빌리지가 무너지기까지 했다. 하늘이 분노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비프빌리지의 모습은 처참했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하루 만에 야외 광장을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개막 하루 전에 급하게 야외무대를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옮겨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7일부터 이어진 야외무대에서는 ‘춘몽’ ‘검은 사제들’ ‘커피메이트’ ‘두남자’ ‘더 테이블’ ‘아수라’ ‘곡성’ ‘너의 이름은’ ‘그물’ 등의 야외무대인사와 배우 손예진ㆍ윤여정ㆍ이병헌 등의 오픈토크가 진행되어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과거 유동인구가 많았던 해운대에서 진행했던 만큼 관객이 모이지 않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강수연과 한예리였다. 집행위원장인 강수연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가장 바쁘게 뛰어 다녔다. 개최 전부터 많은 목소리를 내던 것에 이어 이번 영화제의 개ㆍ폐막식은 물론, 대부분의 작품의 기자간담회에서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영화인들과 기자들을 만났다. 또한 한예리는 개막작 ‘춘몽’ 시사회부터 ‘더 테이블’ 야외무대인사까지 2개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인사하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뮤즈로 거듭났다. 두 작품 모두 여배우가 주목받는 영화이기에 더 의미를 더했다.
일본 여배우로는 지난 14일 방문한 아오이 유우가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오버 더 펜스’의 주인공으로 부산을 찾은 것이다. 오랜만에 부산을 방문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초청 배우들이 영화제가 시작하기 전에 방문이 결정되는 것과 달리 갑작스레 방문이 결정되는 것이라 더욱 관심을 받았다. 게다가 이후 갑작스럽게 일본의 싱어송라이터인 이시자키 휴이와 열애설이 터져 방문 여부가 불투명 했지만 예정대로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영화제의 또 하나의 축인 필름 마켓은 예산 감소 및 BIFCOM(부산국제필름커미션박람회)의 독자 개최 등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일즈부스는 총 24개국, 157개 업체, 62개 부스로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신규 바이어가 증가했으며, 활발한 세일즈부스들의 비즈니스와 향후 아시아 E-IP의 허브로 도약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계의 지지를 완전히 끌어내진 못했지만, 영화제를 치러내기 위해 부족한 시간과 여건에도 노력을 다한 영화제였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의 역사로 본다면, 첫 민간 이사장체제 하에서 치러진 영화제라는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태풍과 지진,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이어온 과정 등 많은 악재는 분명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분위기와 열기, 그리고 관객의 참여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제를 찾아주시는 관객들과 영화인들을 보며, 관객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인이자 든든한 밑거름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에도 관객들을 위한 알찬 프로그램과 서비스향상을 통해 더욱 보답하는 영화제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