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직원과 자동차를 전공하는 학생이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정문 주차장에 늘어선 차들을 열어보고 부품 하나하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국내에 없는 차량도 볼 수 있어 흥미 있어 한다.
현대·기아차가 12일 화성시 기술연구소에서 개최한 `2016 현대기아 R&D 모터쇼` 현장 모습이다. 15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현대·기아차가 자사 차량에 적용된 핵심 기술을 소개하고 협력사와 미래자동차의 방향성을 공유하는 장이다. 협력사 직원은 물론 일반인도 참관할 수 있다.
R&D 모터쇼에서는 현대·기아차 차량뿐만 아니라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경쟁사 차량을 포함해 총 98대가 전시됐다. 알루미늄 테일게이트나 전륜 8속 자동변속기 등 11건의 신기술이 적용된 대표 부품도 소개했다. 각종 차를 만나볼 수 있는 모터쇼 같으면서도 훨씬 여유 있다. 이날 R&D 협력사가 자사의 기술을 뽐낼 수 있도록 R&D 협력사 테크페스티벌도 열었다. 협력사 부품을 전시하고 최근 신기술을 개발한 협력사가 50분 동안 다른 협력업체나 현대차 연구원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이 행사는 협력사에만 공개됐다.
모터쇼에서는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 공개되는 건 아니지만 협력사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직원 누구나 현대·기아차를 경쟁 차와 직접 비교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보기 힘든 차들을 접할 수 있어서다. i20 액티브(현대), 클리오(르노), 파비아(스코다) 등 국내에 미출시된 차량도 다량 전시됐다. 차급도 소형부터 대형과 상용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대·기아차의 미래 콘셉트카도 전시돼 현대·기아차가 추구하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에 대한 방향도 공유할 수 있다. 모터쇼 입구에는 커넥티비티 시대에 해킹을 차단할 수 있는 전자파차폐, 도청방지, 위치추적방지 기능을 구현한 콘셉트카와 EQ900 절개차 및 파워트레인이 전시됐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 비전을 소개한 `퓨처 커넥티비티 콕핏`이다. 운전석과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콕핏이 자율주행 시대 인터페이스를 간접 경험하게 해준다. 운전석에서 헤드레스트 후면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뒷좌석 탑승자를 확인할 수도 있고, 운전 도중 위급 시 경보음과 함께 웨어러블 기기의 진동으로도 알려주는 형태다.
절개차도 공개됐다. EQ900 어퍼·언더 보디를 드러낸 차량과 아이오닉·니로 파워트레인도 전시됐다.
현대·기아차 연구소 직원들의 아이디어 기술도 소개됐다. 공기정화장치를 장착한 차량, 어린이가 내리는 도중에는 트렁크 하단에서 간이 과속방지턱이 자동으로 나와 뒤 차의 속도를 제어하는 차량 등이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허용이 되지 않아 아직 상용화가 안 된 자동 주차 시스템도 시연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탑재된 이 시스템은 빈 주차공간 앞에 멈춰 운전자가 내리면 차량이 스스로 주차를 한다.
금형 전문가라는 한 협력사 직원은 “각기 다른 소재를 어떻게 접합하는지 세세하게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라며 “많은 차량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도 기술적으로 손색이 없다는 현대·기아차의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숨은 기술을 보여주는 기회가 협력사들에도 좋은 자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