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럭키’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던 두 사람의 ‘키(Key)’가 바뀌면서 운명까지 바뀌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 보는 것이 과연 제목처럼 ‘행운(Luck)’이 될 수 있을까.
펜트하우스에 살면서 고객의 요구를 100% 만족시키는 킬러와 가난한 무명배우에게서 공통점을 찾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와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야 하는 배우의 삶은 극과 극이니 말이다. 하지만 유해진은 킬러 출신의 무명배우 역할을 맡아 두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기가 막히게 잘 살려낸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개성 넘치는 조연으로 출연했던 유해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원톱을 맡았는데, 미스터리 액션 코미디 멜로 영화인 ‘럭키’에서 그는 잔인한 모습과 순수함을 모두 담아냄과 동시에 각종 애드리브를 통해 이야기 전체에 코믹스러움을 부여한다. 이는 지난여름 감동과 웃음을 모두 챙겼던 영화 ‘터널’에서 하정우의 원맨쇼가 떠오르기도 하는 부분.
영화는 ‘폭풍처럼 다가오는 그 사나이, 거짓 없는 터널웃음 매력 있어. 언제 봐도 매력 있네’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트로트 ‘그 사나이’로 시작한다. 비옷과 장갑으로 무장한 냉혹한 킬러 형욱(유해진 분)은 빗속에서 흘러나오는 시원하고 구수한 노래를 배경으로 깔끔하게 사람을 처리한다.
한편 무명배우로서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시도하다가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씻고 죽기로 결심한 재성(이준 분)은 부자로 보이는 형욱이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지자, 재성은 형욱의 사물함 ‘키’를 바꿔 들고 도망친다. 이후 재성은 형욱의 삶을 살게 되고, 형욱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본인이 재성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극과극인 캐릭터의 운명이 바뀜으로서 반전 코미디를 꾀한다.
유해진이 어떤 말을 해도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킬러였던 사실은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도 갸우뚱거리며 “32살입니다”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면, 형욱을 보살피게 되는 구급대원 리나(조윤희 분)는 “어쩜 좋아. 저와 동갑이시네요”라며 당황해 한다. 리나의 엄마 역시 형욱을 아무리 봐도 자신과 비슷한 연배 같다고 의심하지만, 자신의 분식점에서 단무지 공예와 김밥 아트를 선보이는 형욱을 점점 신뢰하고 사윗감으로 마음에 들어 한다.
이어 형욱은 재성의 꿈인 배우가 되기 위해 발음 교정까지 하며 고군분투한다. 킬러로 다져진 체력은 액션배우로 거듭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대신 여배우와의 러브신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며 발연기를 하게 되는데, 리나와 따뜻한 감정을 쌓은 이후에는 드라마 여주인공인 혜빈(전혜빈 분)과의 멜로 연기까지 척척 해내게 된다. 특히 전혜빈은 오바스럽고 능청스러운 드라마 주인공 캐릭터를 맡아 잠깐의 출연임에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초반 ‘럭키’는 스피드 있는 전개와 톡톡 튀는 설정 및 대사,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애드리브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킬러였던 형욱이 감시하던 CCTV 속 의문의 여인(임지연 분)의 비밀이 밝혀지고 난 다음부터 영화의 힘이 많이 빠진다. 특히 이준은 더벅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늘어진 런닝 꼴로 작정하고 망가져 유해진과 투톱 수준으로 초반 극을 장악하지만, 후반에 분량이 줄어들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잃는다. 이준과 미묘한 로맨스를 그린 임지연 역시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기억을 잃고 운명이 바뀌더라도 본연의 ‘나’는 바뀌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특히 재성은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데, 형욱은 감동 코드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그에게 조언을 해준다. 오는 13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